1일 기아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하비 더 마스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달렸다. 운전석에 앉아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을 사용하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스티어링휠을 거의 조작하지 않고 모하비는 20㎞에 달하는 구간을 달렸다. 차는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사람이 운전하듯 매끄럽게 차로 가운데를 달렸다. 운전자의 손과 발은 그야말로 ‘놀고’ 있었다.
자동차 옵션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달 말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HDA가 적용된 반(半)자율주행차가 나온다.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 얘기다. 차간 거리와 차선 유지는 물론 운전자가 깜빡이를 켜면 스스로 ‘끼어들기’까지 할 수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뿐만이 아니다. 공기 청정기부터 반려견용 카시트까지 별별 옵션이 나오고 있다. 차 수요 부진에 허덕이는 자동차 업체들이 눈길을 끄는 옵션을 선보이며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보 운전도 주차 걱정 끝첨단 기능은 고객들이 구매할 차를 고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운전자가 할 일을 줄여주면서도 더욱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주차 지원 기능은 초보 운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BMW의 5·7시리즈와 현대자동차 쏘나타에 적용된 리모트컨트롤파킹이 대표적이다. 좁은 주차 공간에서 내려 키로 차를 후진 또는 전진시킬 수 있다. 볼보의 더 뉴 XC60에는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이 탑재됐다. 운전자 대신 평행 주차는 물론 직각 주차까지 해 준다. BMW 3·7시리즈와 X5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후진 어시스트 기능도 있다.
교통사고 확률을 줄여주는 옵션도 많다. 기아차의 소형 SUV인 셀토스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장치가 적용됐다. 보행자나 앞차와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차가 스스로 급정거하는 기능이다. 모하비와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 등에는 안전하차보조 경고음(SEA) 기능이 적용된다. 정차 후 탑승자가 차량 문을 열기 전에 뒤에서 오는 보행자, 자전거, 자동차 등을 감지해 경고음을 울려 충돌 사고를 막는다.
미세먼지 많은 날도 차 안은 쾌적미세먼지 등 공기 질에 신경 쓰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차량 내 공기 정화 시스템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인 K7 프리미어의 ‘외부 공기 유입방지 제어 기능’이 대표적이다. 차량 앞에 터널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창문이 닫히고 내기 순환 모드가 작동해 차 안으로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 걸 막아준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차량이 터널을 미리 인식하고 작동하는 원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운전자를 위한 옵션도 있다. 볼보자동차는 SUV 트렁크 공간에 ‘도그 게이트’를 설치해 반려견을 안전하게 데리고 탈 수 있도록 했다. 강아지용 안전벨트인 ‘도그 하네스’도 있다.
여가 생활을 즐기는 2030 세대를 겨냥해 나온 옵션도 적지 않다. 현대차 소형 SUV인 베뉴에는 ‘전용 카텐트’가 있다. 트렁크 문을 열고 연결하면 텐트와 차량, 두 곳에 잠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겨울에 운전자의 다리를 따뜻하게 덥혀주는 ‘적외선 무릎 워머’도 세계 처음으로 적용했다.
차에 적용되는 인공지능(AI)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차량 업데이트를 통해 ‘스마트호출’ 기능을 담았다. 운전자가 60m 안에 있는 테슬라 차량을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부르면 차가 스스로 움직여 원하는 지점까지 도착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GLE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를 갖췄다. 지능형 음성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돼 “안녕, 벤츠”라고 부른 뒤 차량 내 온도 조명, 라디오 및 음악 재생, 전화 걸기 및 받기, 문자 전송 등의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날씨 정보를 검색해 운전자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