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파격 인사로 특단 조치를 내렸다.
국내 시장에서 마케팅 혁신을 이끈 인재와 폭스바겐 출신 엔지니어를 영입해 중국 현장에 전진 배치한 것이다. 중국 시장에선 결코 질 수 없다는 엄명을 새 사령탑에 내렸다.
지난 31일 현대차는 국내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광국 부사장(56)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로 임명했다. 이 사장은 1963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현대차에 입사해 해외정책팀장과 수출지원실장, 영국판매법인장 등을 거쳐 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국제적 감각이 중국에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국내사업본부장으로 재임하면서 팰리세이드, 신형 8세대 쏘나타 등의 신차를 성공적으로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켰고 특히 마케팅 부문에서 혁신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포지셔닝을 새로 짜는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폭스바겐의 중국 지역 R&D를 총괄했던 스벤 파투쉬카(48)도 현대기아차의 중국기술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1971년생인 파투쉬카 소장은 독일 다름슈타트공대 전자제어공학과 출신으로, 최근까지 폭스바겐 중국 부문 R&D 담당을 역임하며 상하이 폭스바겐과 이치 폭스바겐의 연구개발을 이끌었다.
파투쉬카 소장은 "변화와 혁신을 앞둔 시기에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에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하드웨어 기반 역량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국 시장에서 내가 맡은 가장 큰 임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스벤 파투쉬카 소장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서비스 등 최신 중국 기술과 서비스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그의 영입으로 현대차는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더 좋은 입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중국통'으로 평가받고 있어 현지 시장 특성을 반영한 전략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현대차가 두 인재를 중국에 전진 배치한 것은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승용차정보연석회의(CPCA)의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베이징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9월 전년동월대비 4.7% 감소한 6만27대의 판매량을 기록, 시장 점유율 3.4%로 12위에 랭크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무엇보다 간판 모델의 판매량 감소가 뼈아프다. 지난해 9월 3만2100대가 팔렸던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는 지난달 2만2600대 판매에 그쳤고 SUV인 투싼은 1만2300대에서 3000대로 급감했다. 기아차의 K2, K3 판매량도 같은 기간 각각 69%(4900대→1500대), 31%(5500대→3800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이치폭스바겐은 중국 전용 신규 브랜드인 제타와 아우디 브랜드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업계 1위를 지켰다. 이 업체의 9월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6% 증가한 19만2800만대에 달하며 점유율도 유일하게 두자릿수(10.80%)를 유지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장기적인 불황에 빠지는 상황에서도 폭스바겐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가 폭스바겐 출신의 파투쉬카 소장을 영입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3분기 미국과 내수 시장에서는 영업을 잘했는데 중국 시장에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그룹 내에서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중국 시장은 변수와 리스크가 워낙 커 다른 시장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국제적 감각이 이번 인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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