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두 부류 사람이 있다. 주인이냐, 머슴이냐. 주인으로 일하면 주인이 된다. 주인은 스스로 일하고, 머슴은 누가 봐야 일한다. 주인은 힘든 일을 즐겁게 하고, 머슴은 즐거운 일도 힘들게 한다.” 월급쟁이로 출발해서 25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어제 퇴임한 최양하 한샘 회장의 지론이다.
그의 ‘주인과 머슴론’은 국내 500대 기업의 최장수 CEO로 성공한 비결이자 ‘샐러리맨 신화’의 요체다. 대학 졸업 후 대우중공업을 거쳐 1979년 한샘에 입사한 그가 15년 만에 전문경영인 자리에 오른 저력도 ‘내 회사처럼 일하는 주인정신’에서 나왔다. 그 덕분에 입사 당시 목공소 수준이던 한샘을 매출 2조원 기업으로 키울 수 있었다.
그가 위기 때마다 펼쳤다는 책 <서비스 경영 불변의 원칙 9>에 ‘사람 엔진’을 최상의 상태로 가동하는 것이 성장 동력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모눈종이에 설계도를 그리던 관행을 깨고 상담·설계·시공·애프터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 공기를 한 달에서 1주일로 줄이는 등의 혁신에 성공했다.
이런 자세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전문경영인으로 우뚝 선 인물들의 공통점이다.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창립 요원으로 회사 성장을 이끈 윤종용 전 부회장을 비롯해 평사원에서 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까지 오른 최지성, 전문대와 중소기업을 거쳐 부회장에 오른 신종균, 울릉도 출신으로 ‘삼성 TV 신화’의 주역이 된 윤부근 전 부회장이 그랬다.
올해 다산경영상을 받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호남석유화학 사원으로 시작했고, LG생활건강을 시가총액 20조원의 굴지 기업으로 키운 차석용 부회장은 미국 P&G 사원으로 입사한 뒤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했다.
1세대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인 김우중 대우 창업자처럼 오너가 된 사례도 많다. 증권회사 최연소 지점장으로 최고 영업실적을 올리며 경험을 쌓아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창업한 박현주 회장, 삼성전기와 대우자동차를 거쳐 셀트리온을 창립한 서정진 회장 등이 그런 경우다. 이들은 모두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회가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니 직장인들이여, 더러는 사표를 품고 눈물을 훔칠지라도 우리에겐 새로운 신화의 페이지가 열려 있다. 주인으로 일하면 주인이 된다지 않는가. 기죽지 말고 힘내자. 으라차차!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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