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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완벽한 조율로 최상의 피아노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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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정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첫 내한공연이 열린 2003년 6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를 마친 지메르만은 커튼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완벽한 조율로 최상의 피아노를 만들어 준 미스터 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피아니스트가 무대에서 조율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것도 ‘완벽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메르만의 입에서 나왔다. 그만큼 피아노의 조율이 자신의 마음에 꼭 들었다는 뜻이다. 미스터 리는 대한민국 조율명장 1호 이종열(81)이다.

클래식 공연계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야기를 이종열 조율사가 쓴 에세이집 <조율의 시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64년 조율 경력의 저자는 한국 피아노 공연사의 산증인이다. 세종문화회관, KBS홀, 호암아트홀, 국립극장 등에서 조율을 했고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 수석조율사로 재직 중이다. 예술의전당에서만 24년째다. 그가 국내 주요 공연장의 피아노를 조율한 횟수만 4만1000여 회다. 수많은 피아니스트와 협업하고, 그들의 연주를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저자는 3부로 나눠 그의 삶을 담았다. 1부 ‘조율의 입문’은 자전적 기록이다. 소리의 고장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단소와 풍금으로 조율을 독학으로 배우고, 피아노 조율에 입문해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진솔하게 그려진다.

2부 ‘무대 뒤 이야기들’에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지메르만과 예프게니 키신, 조지 윈스턴, 라두 루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헬무트 도이치, 아쉬케나지 부자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등장한다. 조율사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그들의 면모를 볼 수 있다. 그들로부터 찬사만 들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연주자의 고집과 몰이해, 무리한 요구에 힘들어하면서도 저자는 완벽한 피아노를 만들어 연주를 돕는다는 사명감을 잃지 않는다. 원칙대로 경력을 쌓아 온 장인정신이 읽힌다. 3부 ‘조율의 모든 것’에선 조율의 실제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조율 명장이 경험으로 터득한 순정률과 평균율의 세계가 담겨 있다. (민음사, 296쪽, 1만48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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