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이 올해보다 20.45% 인상됐다. 2010년 이후 최대 인상폭이다. 가구당 평균 부담액은 9069원에서 1만1273원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서울 청계천로 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에서 장기요양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복지부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며 장기요양보험 기금이 고갈 위험에 처해 대폭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장기요양보험 수지는 2016년부터 손실로 돌아서 올해는 적자 규모가 7530억원에 달했다. 2015년 2조3524억원 규모이던 적립금은 6168억원만 남았다. 보험료율을 인상하지 않으면 내년 10월이면 적립금이 바닥 나 국고 지원을 받거나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험료율은 가파르게 올랐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오르지 않았던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18년 12.7%, 2019년 15.3%에 이어 3년 연속 급등했다. 보험 혜택을 늘리며 보험료 면제 대상도 확대한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국민이 노인성 질환으로 요양원 입원, 방문 간호 등이 필요할 때 비용 대부분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돼 이명박 정부 1년차인 2008년부터 시행됐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이 인상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료 인상과 함께 급여 대비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이 동결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급여 대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0.38%에서 0.4%로 높아졌다.
건강보험료율과 함께 장기요양보험료율이 급등하며 가입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 내년 건강보험료율은 6.67%, 장기요양보험료율은 10.25%로 소득에서 차지하는 장기요양보험료의 비중은 0.68%로 높아진다. 소득 대비 보험료율만 3배 이상 오른다. 12년간 급여 인상분까지 반영하면 2008년 가구당 평균 2543원이던 보험료는 내년 4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높은 보험료율 인상폭의 원인으로 노인 인구 증가율을 들었다. 이전까지 연평균 9%였던 노인 인구 증가율이 2017년부터 14%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기요양보험 혜택 확대도 가입자의 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경증 치매 노인 5만 명을 장기요양보험 혜택 대상자로 새로 편입시켰다. 중증 질환자에 한해 요양원 입원이 가능하던 것도 방문 간호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치매에 특화된 요양원을 지으면 3년간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내놨다. 수혜자의 본인 부담도 줄였다.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에 따라 19만8000원에서 39만7000원이던 월 본인 부담 한도가 올 7월부터 17만1000원에서 25만7000원으로 낮아졌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