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다가왔다. 3년 전부터 12월이 되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회사 임직원, 삼다수봉사대가 함께 3000여 가구에 나눠줄 김장 1만5000여 포기를 담그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김장 담그는 일은 일사불란한 협업을 통해 진행된다. 맛있는 김치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배추나 무가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잘 절여져야 한다. 고춧가루, 마늘, 젓갈 등 여러 양념 재료를 준비하고 배추에 양념이 골고루 스며들도록 버무리는 과정을 통해 김치가 완성된다. 매년 김장을 하며 ‘김치경영’을 떠올렸고 김치론(論)의 철학을 갖게 된 이유다.
맛있는 김치는 절임배추와 양념이 고루 섞여야 하듯 어떻게 하면 사장과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되는 회사로 만들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최고경영자(CEO)가 양념이 돼 배추 속으로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길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체육대회 때 축구와 족구경기에 참여해 임직원과 발을 맞추면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느끼고 임직원들 앞에 나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춤추며 노래하는 ‘오락부장’이 되기도 했다.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경영’은 직원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김치처럼 서로 혼합되는 것이다.
인사 때엔 임직원과 같이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승진자의 집으로 보내면 온 가족이 자랑스럽게 바라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업무에 지친 직원들의 힐링을 위해 작은 음악회도 열고 가끔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월례조회와 영화감상을 같이 한다.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 오랜 벗처럼 친해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격의 없는 만남과 소통 속에서 한걸음 더 직원들 속으로 다가서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닫힌 마음이 점차 열려가는 변화를 느낀다. 변화와 혁신을 이루기 위해 여러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더 한층 낮은 자세로 직원들을 끌어안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매주 ‘월요희망편지’를 만들어 사내게시판에 공유한다. 최근 이슈가 된 스포츠 경기와 영화, 사건사고 뉴스 등에서 발견한 것들로 주요 내용을 삼고 나름 분석해 경영의 시사점을 제시한다.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얘기다.
감성경영은 리더와 임직원 간의 신뢰에서 나온다. 나는 오늘도 “리더들이여, 비밀을 만들지 말라. 언젠가 드러나고 금세 평판을 잃게 된다”는 잭 레슬리 웨버샌드윅 회장의 말을 떠올리며 소통하는 조직문화가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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