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보와 자유시장경제, 탈원전 정책 폐기 등을 키워드로 한 황교안 대표 체제 ‘1호 영입 인재’를 31일 발표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플랜트 EPC(설계·구매·시공) BG 부사장, 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 등 정부의 경제·안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내년 총선에 출마시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지만 당 일각에선 ‘미래형 인재’가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보수 색채만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反文 인사’ 대거 영입황 대표는 30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후 “31일 영입 인재를 발표하면서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국민들께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에게 필요하고 시급히 헤쳐나가야 할 난제를 풀 수 있는 방향을 감안해 적합한 인재를 선발했다”고 강조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자유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해온 윤 교수가 대표 영입 인사로 꼽힌다. 탈원전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낸 김 전 부사장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포함됐다. 김 전 부사장은 지난 8월 회사를 퇴사하면서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탈원전 정책의 모순을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정보기술)금융경영학부 교수와 안병길 전 한국신문협회 부회장,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도 영입 대상에 올랐다. 청년 후보로는 시민단체 청년이여는미래 백경훈 대표와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가 꼽혔다. 김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과 한국연금학회 회장을 지낸 연금 전문가다. 백 대표는 8월 한국당이 서울 광화문에서 연 정부 규탄 집회 연단에 올랐다가 한 방송사 앵커로부터 ‘수꼴(수구 꼴통)’이란 비난을 받았다.
박찬주 전 대장도 1차 인재 영입 인사로 거론됐지만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 최종 명단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황 대표가 직접 영입에 공을 들인 박 전 대장은 박근혜 정부 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지휘한 인물로 ‘공관병 갑질’ 논란에 휩싸여 불명예 제대했다. 한국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박 전 대장 영입이 부적합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황 대표에게 전해달라고 박맹우 사무총장에게 요청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박 전 대장 영입은) 금시초문이었고 언론을 통해서 들었다”며 “(반대하기로) 최고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MBC 보도본부 본부장 등을 지낸 이진숙 전 기자도 영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안보 분야 전문성 강화한국당은 이번 인재 영입을 통해 정책 전문성을 강화하고, 내년 총선에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의 경제·안보 정책 비전인 ‘민부론’과 ‘민평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재들이 가세하면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관장을 내세워 여당이 씌운 ‘친일 프레임(틀)’을 희석하고, 이 전 기자를 통해 ‘가짜 뉴스’에 강력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 “조만간 당 총선기획단을 조직해 총선 승리를 위한 준비를 차근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영입 인재를 발표하는 31일 전국 당협위원회에 대한 당무 감사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의 이번 인재 영입이 청년층과 중도층으로 당 외연을 확장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현 정부에서 ‘적폐’로 몰린 보수 인사가 중도·무당층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겠느냐”며 “유능한 벤처사업가 등 탈이념적 성향을 띤 인재를 모셔야 한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