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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워라밸 챙겨야 성장…이걸 이해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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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에선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를 가진 ‘워라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해방 후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를 이끌어온 현재의 50대 이상 기성세대에게 일은 삶 그 자체였다. 야근과 회식은 직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미덕으로 꼽혔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날들이었지만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이들을 버티게 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에게 이런 문화는 사라져야 할 구습일 뿐이다.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라는 문구가 이들을 대변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일은 그저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일과 삶의 균형, 육체적·정신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의미하는 ‘웰빙’이 이들에겐 중요하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워라밸이 충족돼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성세대는 “워라밸을 다 따지면서 어떻게 회사의 성과를 올릴 수 있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웰빙 경제학’ 분야를 개척하며 주목받고 있는 벨기에 출신 경제학자 얀 에마뉘엘 드느브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 교수(사진)는 “일과 삶의 균형이 인간의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고, 구성원의 행복이 조직의 성과를 높인다”고 말한다.

오는 11월 6~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서 ‘일과 행복의 방정식’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서는 드느브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에서 보람을 찾는 사람은 소수라는 사실을 기업들이 인정하고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복의 관점에서 일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행복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그리고 집단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거기서 무엇을 느끼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일터에서 보냅니다. 이 때문에 일터에서의 삶은 우리의 웰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일은 그저 월급 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일을 통해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어떤 이가 직장을 잃으면 그의 웰빙 20%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일과 행복의 방정식’이란 주제로 강연을 합니다.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가요.

“오직 20% 이하의 직원만이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사실을 기업 관리자들은 인정해야 합니다. 다수의 인간은 일에서만 행복을 찾지 않습니다. 일터에서의 삶이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이 모든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건 안일한 생각입니다. 직원 대부분이 일과 삶을 ‘연속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을 기업 관리 전반에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원의 워라밸을 높이는 것이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되나요.

“일터에서 불행했던 직원이 행복을 찾으면 생산성이 13%가량 높아진다는 것이 제 연구 결과입니다. 대다수 직원은 일 자체에서의 성취보다 일터에서의 사회적 관계나 퇴근 이후의 삶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워라밸에 대한 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기업의 역량을 해치지 않습니다. 기업마다 직원들이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다를 것입니다. 기업의 정책 결정에서 웰빙을 핵심 지표로 설정하고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들어봐야 합니다.”

▷구체적인 성공 사례가 있습니까.

“매년 포천지 등이 선정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의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가 한 예입니다. 자포스는 수천 명의 콜센터(콘택트센터)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직원들에게 고정된 매뉴얼이나 시간제약 응대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고객 감동’이란 목표만 부여했습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구매한 신발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고객의 환불 요구에 환불은 물론 조화까지 보낸다거나, 장장 10시간을 한 명의 고객과 상담해 소위 ‘블랙’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었다는 업계의 전설 같은 사례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행복한 직원들은 고된 감정 노동도 견딜 수 있었고 나아가 고객 행복까지 이끌어냈으며 이는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선 워라밸을 둘러싼 세대 갈등이 상당합니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속성입니다. 기업 리더들은 직원의 행복도를 높이는 것을 ‘지출’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직원의 웰빙이 성장의 키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기업이 결국 성공할 것입니다.”

▷한국의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 80%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웰빙과 관계없이 일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20%나 존재합니다. 국가나 기업이 인사관리 시스템을 짤 때는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 얀 에마뉘엘 드느브 교수는

△1979년 벨기에 출생
△2002년 멜버른대 경제학 학사
△2007년 하버드 케네디 스쿨 공공정책 석사
△2012년 런던정경대 정치경제학 박사
△2011~2015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조교수
△2015년~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 부교수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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