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하면 에이스침대나 시몬스’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10만~80만원대 저가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신생 브랜드들이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어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질 높은 수면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유통·배송 거품 빼고 ‘가성비’ 노려
국내서 처음으로 ‘매트리스 가격의 거품을 빼겠다’고 나선 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삼분의일’이다. 다섯 개의 각기 다른 메모리 폼을 겹쳐 ‘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매트리스를 개발해 88만원(퀸 사이즈 기준)에 제품을 내놨다. 베스트셀러 제품이 250만원대인 에이스침대나 시몬스 제품 가격의 35% 선이다. 처음엔 정보기술(IT)업종 개발자 등 허리나 목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을 타깃으로 제품을 판매했지만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연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저가 매트리스 시장의 또 다른 강자는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누스다. 미국 아마존의 매트리스 카테고리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제품 다섯 개 중 네 개가 지누스 제품일 정도로 이미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은 기업이다. 지누스 제품군 중 40만원을 넘는 제품은 없을 정도지만 너무 푹 꺼지지도, 단단하지도 않은 쿠션감 덕분에 가성비가 최고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 진출 9개월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두 업체 제품의 가성비가 가능한 비결은 유통과 배송 비용을 크게 절감한 데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다. 이 덕분에 대리점 운영 비용을 아낄 수 있다. 25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는 브랜드 매트리스업체와 다른 점이다. 이들은 배송·설치 기사 인력도 따로 두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매트리스 진공 압축 포장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압축한 뒤 택배로 제품을 보낸다. 소비자가 택배 상자에서 제품을 꺼내면 매트리스는 다시 부풀어 오른다. 안창로 지누스 부회장은 “물류 비용을 기존 브랜드 대비 4분의 1로 절감해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사업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센스맘 등 후발업체 경쟁 치열
후발업체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센스맘’이다. 퀸 사이즈도 10만원대에 살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으로 싼 가격 덕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이 났다. 아이 때문에 바닥 생활을 해야 하는 가정에서 ‘세컨드 침대’로 주로 구매하고 있다. 가격은 싸지만 라돈 수치는 국내 안전 권고 기준의 30분의 1 수준일 정도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통풍성이 낮아 여름엔 비교적 덥지만 ‘10만원대 중 이만한 제품을 찾기 어렵다’는 구매자의 사용 후기가 많다. 누적 매출 1400억원을 돌파했다.
컴포티즘1968은 31년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의 매트리스 생산 노하우를 살려 ‘브랜드리스’란 제품을 내놨다. 고가 충전재인 말총을 넣은 제품도 100만원 아래로 판매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장에서 원가 50만원으로 생산한 매트리스를 브랜드에 납품하면 보통 170만원 수준에 팔린다”며 “가격 거품을 뺀 프리미엄 제품을 파는 게 브랜드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일런나잇, 슬라운드 등 수십 개의 저가 매트리스업체가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이 먼저 발달한 미국은 이미 수백여 개 브랜드가 경쟁 중”이라며 “수면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시장에 참전하려는 업체들이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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