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한우·돼지고기, 채소, 본죽 즉석죽, 종가집 김치, 팜투베이비 냉장 이유식.
요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몰고 다니는 전동카트 안에는 야쿠르트뿐 아니라 이런 음식이 들어 있다. 야쿠르트가 전동카트를 활용해 배달(판매)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냉장 기능을 갖춘 전동카트가 신선식품 배송의 인프라가 되고 있는 셈이다. 야쿠르트가 전국에 1만 대 가까이 돌아다니는 전동카트를 활용해 신선식품 배송시장의 복병으로 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켓컬리 새 경쟁자 되나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초 ‘야쿠르트 아줌마’의 공식 명칭을 ‘프레시 매니저’로 바꿨다. 신선식품 배달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달 초에는 신선식품 온라인몰 ‘하이프레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이 개편을 통해 다른 회사 제품을 대거 확충했다. 고기와 채소, 죽, 김치 등이다. 사조 김, 롯데제과 오트밀 정도만 팔다 상품 종류를 크게 늘리며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미 2017년 밀키트와 반찬 등 자체 제작한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잇츠온’ 브랜드로 배송 실험을 했다. 안정적인 배송 시스템이 검증되자 다른 회사들이 “우리 것도 팔아달라”고 제안하기 시작했다. 현재 타사 제품 수는 50개에 이른다. 야쿠르트 자체 상품을 포함하면 전동카트에 실린 품목은 212개나 늘었다. 일부 품목은 신선식품 배송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마켓컬리, 쿠팡프레시, SSG닷컴, 헬로네이처 등이 취급하는 것과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이라는 시간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마켓컬리 등과 달리 야쿠르트 배송 시간은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원하는 배송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울릉도까지 뻗은 1만1000명 조직
한국야쿠르트 하이프레시 배송망의 또 다른 강점은 주문한 물건을 택배 기사가 아니라 야쿠르트 아줌마가 집까지 가져다준다는 점이다. 2014년 도입한 전동카트(코코)는 냉장시설을 갖추고 있어 콜드체인 차량을 대신한다. 전국에 9500대가 보급돼 있다. 1만1000명이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숫자로 보면 쿠팡에서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5000여 명)의 두 배가 넘는다. 물류업체들에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도서 벽지 산간은 물론 울릉도까지 뻗어 있다.
신선식품 배송의 필수 시설인 ‘물류센터’도 갖추고 있다. 2017년 경기 용인에 완공한 ‘신갈통합물류센터’는 자사 제품은 물론 타사 신선식품까지 모두 보관할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프레시 매니저는 집 근처 구역을 오래 영업하면서 동네 정보를 모두 꿰고 있는 지역 전문가들”이라며 “소비자와 직접 만나며 쌓은 경험이나 피드백을 한국야쿠르트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도 전달하는 중요한 인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밤 11시까지 저녁 배송도 합니다”
한국야쿠르트는 성장하는 신선식품 배송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24시간 배송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7일부터는 저녁 배송 서비스 ‘하이프레시 고(Go)’를 도입했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배송한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3개 구를 대상으로 한 시범 서비스다. 주간에 배송하는 정규 배송과 저녁 배송을 합쳐 ‘24시간 배송체계’를 갖추기 위한 초기 단계다. 회사 관계자는 “야쿠르트 배송을 통해 쌓은 정기배송 노하우를 신선식품에도 적용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야쿠르트는 전동카트 도입 등에 핵심 역할을 한 기획통 김병진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했다. 이 인사 자체가 신선식품 배송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게 한국야쿠르트 주변의 평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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