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과류 가공업체인 길림양행의 ‘허니버터 아몬드’와 매일유업의 음료 ‘아몬드 브리즈’. 아몬드를 원료로 사용해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이다. 허니버터 아몬드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구입해야 할 제품으로 소문이 나 있다.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유 대신 즐겨 먹는 아몬드 음료 소비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아몬드의 원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다. 한국 아몬드 소비량의 99%가 이곳에서 들어온다. 여름에 건조하고 겨울에 습하지만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기후. 캘리포니아가 전 세계 아몬드 재배의 ‘메카’가 된 배경이다.
전 세계 아몬드의 80%를 생산하는 캘리포니아의 아몬드 농장주들이 한국 아몬드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수입량이 매년 늘어나는 데다 한국 시장에서 아몬드가 가공돼 제품으로 생산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찾아간 소도시인 모데스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아몬드협회’ 직원들은 한국 아몬드 시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협회는 캘리포니아 아몬드 농장주 지원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아몬드 품종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작년에만 132억원을 투자한 세계 최고의 아몬드 연구소이기도 하다.
하빈더 만 캘리포니아아몬드협회 상무는 “길림양행의 제품을 모두 가져와 협회 직원들이 먹어봤는데, 맛이 환상적이었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캘리포니아 아몬드를 가장 잘 가공해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산 아몬드를 12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캘리포니아산 아몬드 수입량은 2만5800t이다. 일본은 6위로 같은 기간 3만6700t을 수입했다. 만 상무는 “1억2000만 명 인구의 일본보다 5000만 명 인구의 한국에서 1인당 아몬드 소비량이 더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엔 한국 수출용 맞춤 아몬드를 전략적으로 생산하는 농장도 수십 곳에 이른다. 만테카 지역 농장주 데이브 피핀은 “소비자들의 수준과 검역 당국의 심사 등을 감안하면 유럽보다도 한국이 훨씬 더 까다로운 품질을 요구하고 있다”며 “쌀눈만큼의 흠집도 용납하지 않는 한국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두 달 치 수익 전부를 새로운 설비를 사들이는 데 썼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협회는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도 아몬드가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엔 지역 의과대학 연구팀과 협업해 ‘폐경기 여성이 아몬드를 매일 섭취하면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김민정 캘리포니아 아몬드협회 이사는 “아몬드 오일을 뷰티 제품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한국의 주요 화장품 제조사에서도 아몬드를 원료로 한 제품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모데스토=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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