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7일 16: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니슨캐피탈이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맞붙은 국내 3차원(3D) 스캐너 전문업체 메디트 인수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주주인 장민호 대표(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51)와 매각주관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전날 유니슨캐피탈에 메디트 지분 50%+1주를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금액은 3000억원 초반대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2대 주주로 남아 경영을 도울 예정이다.
지난주 치러진 메디트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는 유니슨캐피탈을 비롯해서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등 쇼트리스트(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업체들이 모두 참여했다. 이중 유니슨캐피탈이 가격이나 앞으로 회사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매각 측은 본입찰 이후 우선협정대상자를 선정해 논의하는 별도의 과정 없이 유니슨캐피탈을 곧바로 최종 인수자로 낙점했다.
메디트는 장 대표가 2000년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컴퓨터지원설계(CAD)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3D 스캐너 전문가로 2008년 치과용 3D 스캐너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메디트가 자체 개발한 ‘i500’이라는 구강스캐너는 출시 1년만에 시장점유율 10% 이상 확보하기도 했다. 일주일 넘게 걸리던 치과 보형물을 i500으로는 한 시간만에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 i500은 현재 70여개 국가에 판매되고 있으며 내년 초에는 중국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메디트의 지난해 매출은 32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은 두 배가 넘는 74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107억원이었고, 올해 EBITA는 세 배가 넘는 37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장 대표 등 메디트의 경영진은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 확장을 도울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이번 거래를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가격뿐만 아니라 회사의 글로벌 확장을 도울 수 있는지 여부도 매각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IB업계 관계자는 ”유니슨캐피탈은 오래전부터 메디트의 경영진과 소통하며 회사의 성장에 도움을 줬던 것으로 안다”며 “과거 대만 밀크티 브랜드인 공차를 인수해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등으로 외연을 넓히며 회사를 키운 경험을 메디트 쪽에서도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슨캐피탈은 메디트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스타 PEF'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유니슨캐피탈은 올해 들어 공차 지분 100%를 3500억원에 미국계 PEF인 TA어소시에이츠에 매각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와 베인·맥킨지 등 컨설팅업체 출신 20여 명으로 구성된 유니슨캐피탈 한국팀은 중견기업에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높은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니슨캐피탈의 주요 출자자(LP)인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는 이미 미국·유럽의 치과 관련 기업에 여러 차례 투자한 경험도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