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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하나에 특약이 280개 한국 보험사 '특약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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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 출산을 앞두고 어린이보험을 알아보던 주부 정수경 씨. 보험설계사가 건넨 ‘견적서’를 받아보고 머리가 아파졌다. 허혈심장질환진단비, 40대질병수술비,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등 이름부터 낯선 특약이 30개 가까이 달려 있었다. 설계사는 “아이가 100세가 될 때까지 모든 질병과 재해를 보장받도록 알차게 짠 것”이라 했다. 그의 말을 믿고 가입하긴 했지만, 정씨는 이 복잡한 구성을 아직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특약 100~200개 상품 수두룩

우리가 가입하는 모든 보험의 보장 내용은 주계약(필수 가입)과 특약(선택 가입)으로 나뉜다. 국내 보험사들은 해외에 비해 유독 ‘특약을 많이 붙여 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약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보험료는 야금야금 오른다.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보험회사와 설계사의 수익은 늘어나는 구조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의 보험상품 중 가입 가능 특약이 100~200개를 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손해보험사들은 통합보험에 최대 280개, 암보험에 143개, 운전자보험에 137개까지 특약을 얹어 상품을 팔고 있다. 생명보험사에서는 질병보험 특약이 최대 96개, 치명적질병(CI)보험 특약이 94개, 종신보험 특약이 87개에 달했다. 박동원 금감원 보험감리총괄팀장은 “보험 특약이 이 정도로 많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미국 등은 보험상품이 단순해 특약이 거의 붙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망 후 유가족에 목돈을 주는 상품인 종신보험의 주계약에선 사망보험금만 보장한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3대질병 진단비, 입원·수술비 등 각종 특약을 넣어 종신보험에 가입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분화된 많은 특약을 주계약에 추가해 묶음 형태로 파는 것이 보험사들의 관행”이라며 “상품구조를 더 어렵고 복잡하게 해 소비자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은 종합선물세트?

영업현장에선 국내 소비자들이 각종 보장을 한방에 해결하는 ‘종합선물세트’ 콘셉트를 좋아한다고 항변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 지출 총액이 비슷하더라도 소비자들은 기왕이면 여러 보험에 가입하기보다는 한 보험에서 다양한 보장을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특약이 많아지면 보장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소비자 선택권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보험에 대한 지식이 탄탄한 소비자라면 원하는 보장만 뽑아 DIY(Do it yourself)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의 ‘마일리지 특약’이나 ‘블랙박스 특약’처럼 보험료를 깎아주는 유익한 특약도 있다.

보험사들의 마케팅에 소비자가 길들여진 결과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들은 보험 하나를 더 파는 것보다 한 소비자가 여러 특약에 가입하도록 하는 걸 더 선호한다”며 “설계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특약을 줄이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장 내용과 가격체계를 직관적으로 단순화한 ‘제로 보험’(옛 현대라이프) 등이 나왔지만 별 재미를 보진 못했다. 보험료가 낮아 수당이 적다 보니 설계사들이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 보험에 당뇨병 진단 특약 금지

금융위원회는 보험상품에 불필요하게 많은 특약을 넣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약이 많을수록 소비자들이 자신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항목과 보험금 규모를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암보험에 암과 무관한 골절, 당뇨병, 법률비용 등의 특약을 넣거나 운전자보험에 화재, 골프 등의 특약을 넣는 것을 금지할 계획이다.

또 보험금 지급 실적이 낮은 특약은 자동 폐기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가입한 보험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 낮은 특약을 솎아내는 ‘특약 다이어트’만으로도 보험료 부담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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