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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변호사의 바른 상속 재테크](45) '빚잔치'가 시작되기 전에는 숟가락을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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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변제를 받을 수 있는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시점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5다75308 판결 :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

복잡하지만 일단 사연을 알게되면 상당히 흥미로운 상속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줬는 데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 버렸다. 자식들은 상속을 포기할테니 ‘빚쟁이’들끼리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알아서들 나눠 갖으라고 했다. 이른바 한정승인이다. ‘빚잔치’를 하기 위한 채권자들의 명부가 확정됐다. 그런데 누군가 갑자기 자기도 받을 돈이 있다며 숟가락을 들고 나타났다. 별안간 나타난 이 사람도 채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빚을 받아낼 수 있다면 그 시기는 언제까지 일까. 대법원은 빚잔치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숟가락을 올리면 된다고 봤다.

김 모씨는 2001년 5월 21일 어느 신용협동조합에서 2000만원을 빌렸다. 박 모씨가 보증을 서줬다. 그런데 돈을 빌려준 신협이 파산을 하고 말았다. 예금보험공사가 신협의 파산관재인을 맡았다. 예보는 2005년 9월 29일 박씨의 연대보증 의무를 원고(이번 소송을 제기한 쪽)에게 양도하고 박씨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쉽게 말해서 최초에 대출을 받은 김씨가 돈을 갚지 못했을 때 박씨가 대신 빚을 떠안도록 했는데 박씨가 빚을 갚아야하는 쪽이 예보가 아니라 원고가 됐다는 얘기다. 김씨는 대출금을 반환하지 못했고 채무는 고스란히 박씨가 지게 됐다.

박씨는 또 다른 빚이 있다. 그는 2003년 피고(이번 소송을 당한 쪽으로 박씨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로부터 6000만원을 빌리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어렵게 이야기하면 해당 부동산의 채권최고액 6000만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줬다.

박씨가 2007년 1월 세상을 떠나면서 자녀들이 울산지방법원에 한정승인신고를 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해줬다.

한정승인인란 상속인이 상속에 의해 얻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하는 책임을 지는 상속의 승인(민번 1028조)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산으로 1000만원 물려줬는데 1억원의 빚을 지고 숨졌다면 아버지가 남기고 간 9000만원의 채무를 이어받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일반적으로 자식들)이 상속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안지 3개월 안에 법원에 신고하면 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대한 부친의 채무 약 12억원 가운데 6원(6억원이 아니다)만 갚아도 됐던 이유도 한정승인에 있다.

박씨의 자녀들은 ‘빚잔치’를 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제기한 원고는 그들의 작고한 아버지가 김씨 대신 빚갚을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법률용어를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자녀들은 2007년 5월 일반상속채권자와 유증받은 자에 대해 한정승인 사실과 2007년 7월까지 채권이나 수증 신고할 것을 공고했다. 한정승인신고서에 첨부된 상속재산목록에 기재된 상속채권의 채권자들에게 채권신고를 최고했다. 그런데 원고의 위 양수금채권은 위 상속재산목록에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원고가 위 기간 내에 양수금채권을 신고한 바도 없다.

한정승인신고서에 첨부된 상속재산목록에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7300만원 상당이었다. 피고에 대한 차용금채무는 6000만원으로 돼 있다. 자녀들은 신고기간이 지난 후 현재(대상판결 선고시점)에 이르기까지 민법 제1034조 제1항에 따른 배당변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아 아직 줄 수 있는 돈이 있지만 ‘빚쟁이 명단’에 없으니 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 소송경과

원고가 상속자녀들을 대위(제3자가 다른 사람의 법률적 지위를 대신해 권리를 행사)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숟가락을 뒤 늦게 올렸으니 빚잔친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자녀들은 2014년 4월 30일 피고에게 피담보채권이 존재함을 확인한다는 채무승인서를 작성해 줬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심에서 이 사건 채무승인의 의사표시에 대한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추가적으로 병합했다.

원심은 원고가 민법 제1039조 본문에 따라 상속재산의 잔여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는 ‘한정승인자가 알지 못한 자’에 해당하고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해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가 말소되어도 상속재산으로 원고의 채권을 변제받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채무승인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공동담보의 감소를 초래하는 사해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사해행위취소 등 청구를 배척했다.(울산지방법원 2015. 11. 11. 선고 2015나762 판결).

◆ 대상판결의 요지

한정승인자는 한정승인을 한 날로부터 5일 내에 일반상속채권자와 유증받은 자에 대하여 한정승인의 사실과 일정한 기간(신고기간) 내에 그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공고하여야 하고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는 각각 그 채권신고를 최고하여야 한다(민법 제1032조 제1항, 제2항, 제89조).

신고기간이 만료된 후 한정승인자는 상속재산으로서 그 기간 내에 신고한 채권자와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해 각 채권액의 비율로 변제(배당변제)해야 한다(민법 제1034조 제1항 본문).

반면 신고기간 내에 신고하지 아니한 상속채권자 및 유증받은 자로서 ‘한정승인자가 알지 못한 자’는 상속재산의 잔여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다(민법 제1039조 본문). 여기서 민법 제1034조 제1항에 따라 배당변제를 받을 수 있는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한정승인자가 채권신고의 최고를 하는 시점이 아니라 배당변제를 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한정승인자가 채권신고의 최고를 하는 시점에는 알지 못했더라도 그 이후 실제로 배당변제를 하기 전까지 알게 된 채권자가 있다면 그 채권자는 민법 제1034조 제1항에 따라 배당변제를 받을 수 있는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 해당한다.

◆ 해설

1. 한정승인의 청산

상속인이 수인인 때 각 상속인은 자기의 상속분에 따라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다(제1029조). 한정승인을 한 사람은 한정승인을 한 날로부터 5일 내에 일반채권자와 유증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한정승인의 사실과 일정기간(2월 이상) 내에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공고하여야 한다(제1032조 제1항). 공고에는 채권자나 수증자가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아니하면 청산으로부터 제외될 것을 표시하여야 한다(제1032조 제1항, 제88조 제2항). 그리고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해서는 각각 그 채권신고를 최고하여야 하며, 알고 있는 채권자는 청산으로부터 제외하지 못한다(제1032조 제2항, 제89조).

한정승인자는 신고기간 만료 후에 상속재산으로서 그 기간 내에 신고한 채권자와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 대하여 각 채권액의 비율로 변제하여야 한다. 다만 우선권 있는 채권자에 대하여는 우선변제하여야 한다(제1034조 제1항). 신고기간 내에 신고하지 아니한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사람으로서 한정승인자가 알지 못한 사람에 대한 변제는 상속재산이 남아 있는 경우에 한한다(제1039조).

2.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의 의미

신고기간 내에 채권신고를 한 채권자나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는 배당절차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신고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않은 채권자로서 한정승인자가 알지 못한 채권자는 잔여재산이 있을 경우에만 변제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가 되려면 어느 시점까지 알고 있어야 하느냐가 문제된다.

이에 관해서는 상속인이 채권신고기간이 지난 뒤에 비로소 알게 된 채권자는 잔여재산의 한도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채권신고기간 내에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배당변제를 받을 수 있는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한정승인자가 채권신고의 최고를 하는 시점이 아니라 배당변제를 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법률 문언상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의 범위를 채권신고기간 등으로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대상판결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의 경우 한정승인신고서에 첨부된 상속재산목록에 원고의 양수금채권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자녀들이 다른 상속채권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채권신고의 최고를 하면서도 원고에게는 최고를 하지 않은 점을 보면, 자녀들이 채권신고의 최고를 한 시점에는 원고를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자녀들이 배당변제를 실시하기 전에 원고가 자녀들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근저당권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 중 자녀들이 피고에게 채무승인서를 작성, 교부하기까지 하였으므로 적어도 그 시점에는 자녀들이 원고의 양수금채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민법 제1034조 제1항에 따라 배당변제를 받을 수 있는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채권자’에 해당한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

-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 고려대 법학석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

- 고려대 법학박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

-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 서울대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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