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렸습니다.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집결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럴 때면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은 세계 각국에서 온 인사들을 모아 콘퍼런스를 개최합니다. 미국 투자자들이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시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지난주 JP모건이 워싱턴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 다녀온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를 만났습니다. 그는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을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150여명의 투자자들이 모인 가운데 사회자는 즉석에서 폴(Poll)을 실시했습니다.
누가 민주당의 대선 주자가 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70%가 즉석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지를 묻자 66%가 트럼프가 재선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회자는 “최근 런던과 브뤼셀, 시카고에서 콘퍼런스를 갖고 이런 폴을 했는데, 66%는 가장 낮은 숫자”라면서 “역시 정치 중심인 워싱턴DC에 안티-트럼프가 많고 정치에 냉소적인 듯 하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좌파로 꼽히는 워런은 민주당내에선 1위가 될 수 있지만, 최종 대선에선 중도층을 끌어모으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워런 의원은 이날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최근 레포 시장에서 미 중앙은행(Fed)가 푼 돈보다 훨씬 많은 수요가 몰리는 등 혼란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대형 은행들이 최근 단기자금 시장 혼란을 유동성 규제를 완화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에선 워런이 초과지준을 레포 시장에 풀지 않고 있는 JP모건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JP모건이 일부로 단기자금 시장 혼란을 만들어 금융위기 때 도입된 규제 완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겁니다.
워런은 월가 대형은행에 대한 강한 규제,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 해체, 건강보험 국영화, 셰일 등 채굴 규제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의 핵심 기업을 모두 흔들수 있습니다.
민주당내에서도 워런을 대선주자로 내세워선 최종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에 대안을 찾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힐러리 클린턴의 재출마,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출마 등에 대한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요.
콘퍼런스에 나온 한 민주당 내부 인사는 “월가의 희망일 뿐”이라며 “현 시점에 제3의 후보가 나와 판세를 뒤집고 후보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과거 선거운동이 상당히 진행된 후 뒤늦게 뛰어들어 역전한 사례가 없고, 넓은 미국에서 그렇게 하는 거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공화당의 걱정은 무엇일까요.
공화당 관계자는 “우리는 마이크 펜스 ‘대통령’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트럼프의 내년 재선은 물론이고 이후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대통령이 돼 8년간 재임한 이후, 즉 12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는 겁니다.
공화당에선 그만큼 좌파에 기울고 내부 분열된 민주당을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로 보는 듯 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