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2일 16: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10월22일(16:4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세계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엑슨모빌을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인다. 22일 정유업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SK루브리컨츠 지분 5% 이상을 사들여 SK그룹과 지분을 제휴하는 협상을 시작했다. 정유업계가 SK루브리컨츠와 엑슨모빌의 제휴를 최적의 결합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서로의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의 주력 생산품인 윤활유는 원유에서 증류·정제한 베이스오일에 화학회사가 제조한 첨가제를 섞어 만든다. 베이스오일은 그룹 1,2,3,4(PAO) 등 4개 종류로 나뉜다. SK루브리컨츠는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베이스오일 그룹 3(상품명 유베이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지난해 점유율이 46%로 에쓰오일(19%) 네스트(14%) 등 2~3위 회사를 합친 수치보다 높다. 엑슨모빌이 SK그룹에 먼저 지분 제휴를 제안한 것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베이스오일 그룹3를 SK루브리컨츠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의 그룹3 제품은 어떤 첨가제와 섞어서 제조해도 시판을 위해 거치는 성능테스트와 승인을 무난히 통과하기 때문에 엑슨모빌이 꼭 필요로 하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엑슨모빌은 반대로 산업용으로 쓰이는 그룹2와 최고급 합성 베이스오일인 그룹4(PAO)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룹4(PAO) 가운데서도 고급 자동차에 쓰이는 저점도 PAO시장은 엑슨모빌과 이네오스, 쉐브론 3사가 전세계 시장의 95%를 과점하고 있다. 엑슨모빌과 손잡음으로써 SK는 저점도 PAO 시장에도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엑슨모빌은 베이스오일에 첨가제를 조합하는 기술력도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인 엑슨모빌의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분 제휴로 누릴 수 있는 효과다. 국내 정유회사들은 경쟁사들에 비해 특히 미국과 유럽 판매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사인 GS칼텍스는 합작 파트너인 쉐브론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제약을 해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루브리컨츠 지분 100%를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기대효과다. 2015년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매각협상을 벌이거나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을 추진하는 등 그동안 SK그룹은 여러 차례 SK루브리컨츠 지분을 활용하려 했다.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이 지분 파트너가 되면 SK루브리컨츠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은 매각 대금으로 미래 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SK루브리컨츠의 100% 가치를 4조~5조원으로 보는 반면 엑슨모빌은 3조원대로 평가한다”며 “가격차를 줄이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