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논의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은 대통령의 사정권력을 강화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21일 서울 신문로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자리에서다.
현재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법안은 두 가지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은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직접 임명할 수 있으며,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되 국회 동의를 필수로 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공수처가 아니라면 도입하지 않는 편이 낫다”며 “오른손의 칼을 왼손으로 옮기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사 공수처가 설치된다고 해도 공수처 인력이 검사 25인 이내, 수사관 30인 이내에 불과하다”며 “중요하다 싶은 사건에는 검사들이 50명 이상 투입되는데 현재 법안의 규모로는 인력 부족으로 부실수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공수처는 악용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권력기관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인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역시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 사찰수사기구”라며 “공수처 대신 특별수사기구를 법무부 산하에 분산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의원(무소속)은 “오늘날 공수처법은 검찰개혁법이 아니라 검찰지배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은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주장이 개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어느 장관의 임명을 밀어붙였던 것처럼 밀어붙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역시 “지금 공수처 설립을 서두르면 과연 검찰개혁이 되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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