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차츰 주변을 정리하는 사람이 있고, 거꾸로 도전정신이 충만해지는 사람이 있다. 조문환 구정마루 사장과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은 후자에 속하는 듯하다. 조 사장은 마룻바닥재 업체로는 드물게 예술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대기업이 엄두를 내기 힘든 맞춤형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기업가정신 교육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에 집중해온 이 이사장은 내년부터 역사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달 하순엔 글로벌 전자상거래 아카데미도 시작할 계획이다. 이들을 만나봤다.
“지난 1년여 동안 기업가정신 교육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에 집중해왔습니다. 내년 초부터는 역사 강연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 뒤 예술 분야 등으로 인문 강연을 넓힐 생각입니다.”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67)은 2017년 8월 사단법인을 발족시킨 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가정신 교육 및 스타트업 멘토링 활동을 해왔다. 기업가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두 명의 연사를 초청해 매달 기업가정신에 관한 강연을 듣는 조찬 모임이다. 이를 시작한 게 작년 7월이다. 강사로는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승건 토스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 등이 참여했다.
회원은 작년 말 150여 명에서 이젠 220명으로 늘었다. 이 중 40세 미만 젊은 층이 70명에 이른다. 부자(父子) 수강생도 20여 명에 달한다. 경기가 어려워 각종 최고경영자 모임이 사라지는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 멘토링에 참여하는 멘토는 이 기간 160명에서 180명으로 증가했다.
이를 운영하는 것은 차세대 리더를 키우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과 생산 등 기업의 핵심 활동에만 집중하고 세무 법률 수출 자금 특허 분야는 전문가가 돕겠다는 것이다. 이의 바탕이 되는 정신은 ‘천군만마 정신’이다. 궁극적으로 1000명의 멘토가 1만 개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률 금융 회계 마케팅 등 8개 분야 전문가로 멘토단을 구성했다. 멘토단에는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김석윤 노무법인 산천 대표 등 기존 멤버 외에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전 중소기업청장),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 나도성 한성대 교수 등도 합류했다. 모두 자원봉사 형태다. 이 이사장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포 기업인들도 현지 마케팅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번엔 인문학 강연을 들고나왔다. 우선 내년 초부터 역사 강연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기존 멤버를 대상으로 저녁에 월 1회 무료 특강을 시작할 것”이라며 “예컨대 로마제국의 역사, 르네상스, 산업혁명, 프랑스대혁명, 메이지유신 등 세계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사건 등을 중심으로 전문가가 강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정신 과정에 역사 강연을 병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이사장은 “기업은 과학을 탐구하는 곳이 아니라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며 “인간을 이해하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리더는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통찰력과 판단력을 지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예술 등으로 강연 범위를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글로벌 리더는 비즈니스 감각만 있어선 안 된다”며 “폭넓은 교양이 있어야 외국인과 사귈 수 있고 신뢰도 쌓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더의 바탕이 되는 게 문학·역사·철학·예술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외국인 모임에 가면 와인 한 잔을 들고 두세 시간씩 교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모임에서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대화하기 일쑤다.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다. 대화할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때 주된 대화 소재가 역사·문화·예술이다.
이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그룹 비서실을 거치면서 홈플러스와 삼성몰 개설을 담당했다. 옥션과 이니시스 대표도 지냈다. 그는 이달 하순부터 글로벌 전자상거래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이 이사장은 “아마존 이베이 라쿠텐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파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국내 경영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뭔가 활로를 찾아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글로벌 전자상거래 리더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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