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치타다. 최고 시속 110㎞로 달린다. 그러나 300m 이상 계속 뛰지는 못한다. 인간은 최고 시속 45㎞에 불과하지만 치타보다 오래 달린다. 지구력의 차이다. 마라톤은 이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다. 인간 지구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미국 스포츠의학자 마이클 조이너는 ‘응용생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라톤 기록의 한계를 1시간57분58초로 추정하며 “2023~2036년에 2시간 벽이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학자 야니스 피츠일라디스는 “2020년까지 2시간 벽을 충분히 깰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2시간10분대에 진입한 것은 1967년이었다. 이후 36년 만인 2003년에 5분을 단축했다. 15년 후인 지난해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2시간1분39초까지 따라잡았다. 그가 지난 12일 1시간59분40.2초로 ‘마(魔)의 2시간 벽’을 넘었다. 다음날 케냐의 브리지드 코스게이 선수는 여자 마라톤에서 2시간14분04초로 ‘2시간15분 벽’을 깼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뭘까. 마라톤 강국인 케냐는 해발 2000m 정도의 고원지대에 있다. 고지대에서 달리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높아져 심폐지구력이 강해진다. 대신에 훈련 강도는 느슨하게 잡는다. 하루 1시간20분 정도만 달리고, 35㎞ 이상은 월 2회만 뛴다. 무리하게 욕심을 내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첨단과학과 자본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킵초게 선수는 이번에 탄소섬유판이 박힌 특수운동화를 신고 뛰었다. 영국 화학기업 이네오스의 각종 지원과 레이저 유도선, 페이스메이커팀 등의 도움을 받았다. 규정에 맞지 않아 기록을 공인받지는 못했지만 인류 최초의 ‘서브(sub)2(2시간 이내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신체의 대사 적응력을 키우는 마음단련법 또한 중요하다. 지구력은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킵초게는 “자신의 벽을 깨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마음을 몸과 함께 제어하는 것”이라며 “훈련에 들어갈 때마다 수도승처럼 단순한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심신단련과 거듭된 도전으로 ‘인간의 한계는 없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앞으로 인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며, 우리 인생 또한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사실까지 일깨워줬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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