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 침체로 인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에선 2012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54개월 연속 PPI가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이 이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9월 PPI가 작년 같은 달보다 1.2% 하락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엔 부합했지만 8월(-0.8%)과 7월(-0.3%)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이로써 중국의 월별 PPI 상승률은 지난 7월에 2016년 8월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PPI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른 중국 안팎의 수요 부진 탓이라고 분석한다. 중국 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달 신차 판매량은 227만 대로, 작년 동기 대비 5.2% 줄었다. 지난해 7월 이후 15개월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6.3% 줄어든 193만 대에 그쳤고, 전기자동차 등 신에너지차(NEV) 판매는 34.2% 감소한 8만 대에 머물렀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월 말부터 보조금을 축소한 영향으로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3개월 연속 줄었다.
이날 함께 발표된 지난 9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2.9%)와 7월 상승률(2.8%)을 모두 웃돌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여파로 돼지고기 등 식품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세운 ‘3% 물가상승률’에 이미 도달했다.
한편 홍콩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 장기화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자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섰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경기 대응 완충자본(CCB·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 비율을 기존 2.5%에서 2.0%로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홍콩 금융당국이 CCB를 내린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CCB는 중앙은행이 은행에 최소 기본자본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낮추면 은행들은 추가로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홍콩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시중에 2000억~3000억홍콩달러(약 45조원)의 유동성이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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