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상공회의소는 독일과 일본처럼 50년, 100년 된 장수기업이 나올 수 있는 기업 환경 조성을 위해 가업상속 공제제도 요건 완화를 상공계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력 있는 장수기업을 육성하는 데 가업승계 제도의 까다로운 공제 요건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삼보모터스 회장·65)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업상속 공제 혜택은 연 매출 3000억원 이하 기업만 해당돼 기업인들이 사업을 승계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가업승계 활성화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 일본을 방문해 사례를 수집하고 올 상반기에는 광주상공회의소와 함께 가업상속 공제 요건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다.
이 회장은 “일본은 은퇴 기업인들의 ‘대폐업시대’를 우려해 승계할 때 고용 유지 요건을 실질적으로 철폐했다”며 “기업을 승계하는 것은 기술과 경영 노하우 이전, 고용승계라는 측면에서 일반상속과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기술융합과 산업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승계 후에도 같은 업종을 7년씩 유지하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기업이 자유롭게 새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상공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등 최근의 고용 환경 변화가 대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대구상의가 지난달 16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우선 해결해야 할 정책 가운데 ‘고용노동정책의 탄력 적용’이 50.3%로 가장 높았다. 이 회장은 “1차 협력업체들은 힘겹게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익률이 추락했고, 2·3차 협력업체 일부는 폐업하고 싶어도 대출금 갚을 길이 없어 폐업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역 경제 분위기를 전했다.
이 회장은 “대구성서산업단지 가동률이 지난 1~2분기 연속 70%대가 무너졌다”며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1분기 산업생산이 전국적으로 7.4% 하락할 때도 대구는 16.1% 늘어났다. 대구국가산업단지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신규 단지에 2차전지와 의료기기 등 신산업 분야 기업이 둥지를 틀면서 생산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부품, 섬유 등 주력 업종 부진에 고용 환경 변화로 대구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이 회장은 “8월 건설 수주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43.6% 감소하는 등 경기 방어 업종도 힘들어지고 있다”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신규 산단 분양을 받은 기업들도 공장 착공을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으로 확대되는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이 회장은 “농기계산업은 상반기에 일감이 몰리고, 3D업종인 고무화학제조업은 신규 인력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다”며 “업종별 근로 여건이 다른 만큼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을 연기하거나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독일은 주 40시간제가 기본이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주 70시간까지 일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어 “국내 투자는 저조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각종 규제와 고용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기업가정신을 살릴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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