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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ESS 안전'에 2000억 선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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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자사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특수 소화(消火)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선제적인 ‘안전성 강화 조치’에 나선다. ESS 화재 확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간 전국 1000여 개 ESS 사이트(구역)와 신규 제품이 적용 대상이다. ESS는 신재생발전 등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다수의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삼성SDI의 부담액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1573억원)보다 많은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ESS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고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삼성SDI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 약품이 화재 확산 막아

삼성SDI는 14일 서울 세종대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ESS 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배터리 발화가 ESS 화재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특수 소화시스템’ 도입이다. 소화시스템은 첨단 약품과 신개념 열확산 차단재로 구성됐다. 허은기 삼성SDI 시스템개발팀장(전무)은 “자동 분사되는 특수 약품이 불을 끄고 열기와 연기를 배터리 위쪽으로 빼준다”며 “ESS 전체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센서도 배터리에 부착된다. 운송·설치 과정 등에서 충격을 받아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를 솎아내기 위한 목적이다. 배터리 전압, 전류 등의 이상 신호를 감지해 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신뢰 회복 계기 마련

기존 ESS에 특수 소화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최고위 경영진의 ‘결단’이 없으면 실행하기 힘든 조치다. 삼성SDI 배터리가 ESS 화재의 원인은 아니지만 1위 업체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삼성SDI 설명이다.

지난 6월 정부가 ESS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ESS에 대한 신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것이 삼성SDI가 종합 대책을 발표한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엔 강원 평창 등에서 추가 화재가 발생해 국민과 고객 불안감이 더 커진 상황이다.

삼성SDI는 작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ESS 비중이 16.5%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높다. ESS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실적에 직격탄을 맞는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2분기 610억원이었던 삼성SDI의 ESS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 20억원으로 급감했다. 2분기에도 13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월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시장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신규 ESS용 배터리 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담팀 구성해 이달 내 조치 완료

삼성SDI는 전담팀을 구성해 6개월 안에 안전성 강화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배터리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ESS산업 생태계 회복, 글로벌 ESS 시장 기술 선도 등의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영현 사장(사진)은 “ESS 화재 원인과 관계없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글로벌 선두 업체로서의 책무”라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위기에 직면한 ESS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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