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14일 사퇴 발표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사필귀정”이라며 “국민의 승리, 민심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조 장관 사퇴를 미리 알고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분위기 감지는 하고 있었다”며 “어제부터 (조 장관이) 검찰개혁 운운하는 게 사퇴 명분 쌓기용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 내부에선 예상치 못한 ‘사퇴 시점’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정감사 중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크게 술렁였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도망치듯 기습 사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조 장관이 (법무부 국감을 위해) 다시 국회에 오기 두려웠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한 한국당 법사위원은 “얼마 전부터 조 장관이 사퇴한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그게 오늘일지는 몰랐다”고 했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여러 후유증을 남겼지만 개인적으로는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오는 19일 조 장관 사퇴를 위한 광화문 장외집회를 재개한다고 밝히면서 여론 집결과 투쟁 의지를 밝힌 상황이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0.9%포인트까지 좁혀지며 ‘총선 낙관론’도 퍼졌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선 총선 승리를 위해 “조 장관이 12월까지는 버텨줘야한다”는 말도 나왔다. ‘조국 정국’이 이어질수록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확보에 유리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조 장관 사퇴 발표 뒤 19일 예정된 장외집회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좀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한국당은 의혹 제기를 통해 조 장관 사퇴를 이끌어낸만큼 여론 변화에 주목하면서 정권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가있는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통과부터 막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지지율 상승 분위기를 탔던 한국당이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자신의 유산처럼 남기고 퇴장한만큼 추후 검찰개혁 논의 국면에서 강하게 반대를 할 경우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한 중진 의원은 “그래서 조국에만 너무 올인하면 안 된다고 한 것”이라며 “(조 장관이) 내려온 시점 자체가 우리가 잘해서 내려보낸 게 아니라 스스로 내려온 모양새가 돼버려서 앞으로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