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3사가 정부의 단말기유통구조법(단통법) 단속에 몸을 사리고 있다.
상반기보다 보조금이 크게 축소되면서 소비자들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이통3사가 판매장려금(리베이트) 기반으로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린 만큼 연말에는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5G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3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4월 5G 서비스 상용화 후 180일 만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내 5G 가입자 6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밋빛 기대와 달리 하반기 시장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이통3사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눈치에 보조금 전쟁을 접은 탓이다. 자연히 스마트폰 교체 수요도 줄었다. 현장에서는 상반기에 비해 크게 줄어든 보조금에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고 봤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한 스마트폰 판매점은 이달 들어 손님이 급감했다고 털어놓았다. 매장 직원 A씨는 "9월 말부터 리베이트 규모가 많이 줄었다. 상반기에 워낙 보조금이 많이 풀리다 보니 매장을 찾는 손님들 기대치는 높은데 가격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며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휴대폰 매장이 몰려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상황도 마찬가지. 점원 B씨는 "통신사를 이동하면 보조금이 그나마 올라가지만 통신사를 유지하는 '기기변경'은 보조금이 거의 안 나온다. 상반기엔 공짜폰이 많이 풀렸지만 요즘은 방통위 단속이 세 주말도 특가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방통위는 이통3사 대상으로 단통법 위반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상혁 신임 위원장 취임 후 이뤄지는 첫 사실조사임을 감안하면 이통사에 내리는 제재가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통3사는 하반기 출시한 5G 스마트폰에 공시지원금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
지난주 출시된 LG전자의 'LG V50S 씽큐(ThinQ)'의 공시지원금은 20만~35만원선이다. SK텔레콤의 최대 공시지원금은 32만원, KT 35만원, LG유플러스는 33만원이다.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노트10의 공시지원금도 40만원선에서 책정됐다.
상반기 출시된 'LG V50 씽큐', '갤럭시S10 5G'의 절반 수준이다. 이통3사는 5G 스마트폰 1·2호인 갤럭시S10과 V50 씽큐에 최대 70만원의 공시지원금과 함께 불법보조금을 추가해 공짜 수준으로 팔았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법보조금을 살포하는 이통3사에 정치권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이통3사에 부과된 과징금·과태료가 914억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발표하며 이통3사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주문했다.
정치권 눈칫밥에 5G 가입자가 예상보다 줄어든 올해 누적 500만명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불법보조금 이슈가 워낙 컸다. 방통위 사실조사가 언론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올해 5G 가입자 500만명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서 그 이상 성적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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