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자금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살 수 있는 손쉬운 부동산 투자 방식으로 각광받았던 '갭투자'의 후폭풍이 거세다.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과 전세값이 하락하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세보증금을 못돌려 주는 경우다. 실제 임차인들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발생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건 이상 사고를 낸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 3327가구 가운데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가구는 총 2892가구에 달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927억원으로 약 5000억원에 가깝다.
정 대표는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건 이상 사고를 낸 임대사업자 7명이 보유한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3327가구 가운데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가구는 19%에 불과했다"며 "10가구 중 8가구가 전세보증금 수천만 원을 떼일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들은 200채, 300채, 500채씩 보유했음에도 보증보험 가입률이 낮다보면 연쇄적으로 보증금을 떼먹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광주 서구에서 529가구를 보유한 신모씨는 전체의 4%인 21가구만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나머지 508가구는 보험에 미가입됐다. 만약에 미가입된 가구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예상해보면 약 635억원의 피해액이 추정된다. 경남 창원의 강모씨는 395가구 중 11가구(3%)만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됐다.
피해예상액이 약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임대사업자도 있다. 서울 강서구의 진모씨와 마포구의 김모씨, 경기 용인시의 박모씨 등이다. 진모씨는 임대주택등록수가 594가구에 달하지만, 보증보험 가입은 97가구로 16%에 불과하다. 예상 피해액만 915억원이다. 김모씨 또한 584가구 중 141가구만 보증보험에 가입돼 924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452가구를 보유한 박모씨는 91가구(20%)만 보증보험에 가입돼 1116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서울시 앙천구의 이모씨는 등록한 임대주택은 490가구 가운데 40%인 198가구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세입자들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게되면 481억원이 예상되는 수준이다.
정동영 대표는“문재인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만 부추기고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지 않으면 세입자들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임대인의 사고 소식을 접해 전세보증보험에 미처 가입하지 못한 세입자들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한시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여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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