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과거 자신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인 윤중천 씨로부터 ‘별장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11일 “건설업자 별장을 가고 어울릴 정도로 대충 살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윤중천 씨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검찰은 해당 의혹을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검찰은 이 사건을 단순히 윤 총장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넘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방해하려는 저의가 담긴 ‘정치 공작’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윤중천, 당시 유명인 모두 거론”지난 10일 한겨레21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윤씨로부터 자신의 원주 별장에서 윤 총장을 수차례 접대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김학의 수사단’에 전달했으나 검찰이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은 채 사건을 덮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사단이 검찰과 경찰로부터 확보한 2013년 수사기록에 포함된 윤씨의 전화번호부, 압수된 명함, 다이어리 등을 재검토하면서 ‘윤석열’이란 이름을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단 관계자는 “윤씨가 진상조사단과 비공식 면담에서 ‘원주 별장에 간 사람 중 법조인이 많았다’는 취지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등을 언급하면서 ‘윤석열도 있었나? 모르겠네’라고 혼잣말한 것을 조사단 측이 기록한 게 와전돼 보도된 것”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당시 알 만한 유명인들의 이름을 모두 거론하며 수사단을 당혹스럽게 했고, 결국 검찰이 실제 조사에 들어가려고 하자 “자신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윤씨 발언이 조사 자료로서 가치가 없다고 보고 수사 자료로 활용하지 않았다. 윤씨에 정통한 한 검찰 관계자는 “자기과시 욕구와 거짓말이 너무 많은 인물이어서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당시 윤석열을 거론한 것도 검찰과의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 의미 부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2006년부터 여러 여성에게 접근해 내연관계로 발전시킨뒤 이를 성매매 등 범죄에 악용한 악질 사범으로 지난 6월 강간치상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학의 수사단장이었던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11일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조사에서 윤석열과 관련해 일절 흔적이 없기 때문에 더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윤 총장도 검찰 간부들에게 “(별장이 있는) 원주도 20여 년 전 다른 일로 한번 찾았을 뿐, 그 이후에는 원주 자체를 가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후보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장관도 “당시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점검을 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檢 “수사 방해 위한 공작”윤 총장은 이날 ‘별장 접대’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21 기자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손해배상 청구와 정정보도 청구 등 민사상 책임도 끝까지 물을 예정이라고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허위 사실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넘어 조 장관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어 공무집행 방해에도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간부들은 과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 사실에 입각한 ‘찍어내기’였다면, 이번 사건은 ‘허위사실을 통한 찍어내기’라며 격앙된 분위기다. 검찰은 일각에서 검찰을 향해 각종 의혹을 쏟아내는 배경에 조 장관 의혹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0일 조 장관의 측근인 윤모 총경이 구속된 타이밍에 나온 뉴스라는 점에서 계획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향후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윤 총장이나 윤 총장 부인과 관련된 또 다른 허위 보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가짜뉴스 대응으로 조 장관 일가 의혹 수사 일정도 장기화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불필요한 여론전에 휘말리다 보니 신속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맞추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주말께 정 교수에 대한 4차 소환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