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공기업들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 우대, 탈(脫)원전, 사회적 가치 우선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경영평가 때 재무구조 등 살림살이 비중은 낮추고 사회적 기여 비중은 확 높였지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금융부문 제외)들의 적자 규모는 전년 대비 25배 늘어난 약 10조원을 기록했습니다. 한은이 2007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공공부문의 흑자가 감소한 건 작년이 처음이었지요.
‘전(全) 국민의 기업’인 공기업 재정이 악화하면, 결국 국민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세금이 적자 공기업에 투입된 사례도 적지 않지요. 일례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뛰었던 2008년 정부는 세금 6680억원을 긴급 투입해 한전 손실을 보전해 줬습니다.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된 공기업의 투자자들에겐 그 피해가 직접적입니다. 배당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죠. 지년 2년여 간 공기업 주가가 대부분 내리막길을 탔는데,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훨씬 심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10일 한국전력 주가는 주당 4만3150원이었습니다. 지난 8일 기준 종가가 2만5450원이었으니, 2년 5개월동안 41% 하락한 겁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9.9%)과 비교하면 4~5배 더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의 주가 변동폭도 조사해 봤습니다. 그동안 주가가 오른 종목이 하나도 없더군요.
한전KPS 주가는 -40.9%, 한전산업은 -24.7%,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8.0%, 한국가스공사는 -13.6% 각각 하락했습니다. 코스피 하락률을 크게 밑돌았지요. 공기업은 아니지만 탈원전 정책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두산중공업 주가는 같은 기간 2만3750원에서 6420원으로 급전직하했습니다.
한전 등 일부 공기업의 소액주주들이 집단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배경입니다. 만약 과거 계획대로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상장했더라면 피해 주주들이 훨씬 많았을 겁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로부터 증시 관련 보고를 수시로 받았다고 합니다. 주식 시장이 ‘실물 경제의 거울’이란 인식에서였죠.
에너지 공기업들의 주가 급락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정부가 지금처럼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변수에서만 찾는다면, 당분간 주가 회복이 요원할 것 같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