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와 협력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통신사의 주요 사업은 통신망을 깔고 국내 가입자에게 요금을 받는 것이었다. 5G 시대엔 사업 모델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디어와 클라우드 게임 등 콘텐츠는 물론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에 5G 통신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런 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MS 손잡은 SK텔레콤박 사장은 지난 3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양해각서를 맺었다. 5G,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달엔 MS와 클라우드 게임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MS의 클라우드 게임 ‘엑스클라우드’의 국내 독점 사업 파트너가 됐다. 엑스클라우드는 MS의 콘솔(가정용 게임기) ‘엑스박스’의 고화질대용량 게임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스트리밍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SK텔레콤과 MS는 이달부터 SK텔레콤 체험단을 대상으로 엑스클라우드를 시범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협력해 클라우드 게임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글로벌 이동통신사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6월엔 독일 도이치텔레콤 경영진을 한국에 초대했다. 도이치텔레콤과 연내 합작사를 설립, 5G 영상 전송기술과 중계기, 인빌딩솔루션 등 핵심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또 도이치텔레콤 산하 전문 투자회사인 도이치텔레콤캐피털 파트너스(DTCP)가 운영하는 총 3억5000만달러 규모의 펀드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 괌사이판 통신사 IT&E와도 5G 콘텐츠와 서비스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싱텔과는 게임과 e스포츠 등 분야에서 공동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IT&E와는 연내 괌, 사이판 지역 5G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현지 환경에 최적화한 5G 통신망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작업을 맡았다.
양자암호통신 등 신기술 투자세계적인 미디어 기업과 손잡고 5G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 분야에도 진출했다. 6월 제주테크노파크에서 미국 싱클레어, 하만과 달리는 차량 안에서 5G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방송 시연에 성공했다.
미국 컴캐스트와 e스포츠 사업도 추진 중이다. 컴캐스트와 e스포츠·게임 공동 사업을 위한 합작사 T1엔터테인먼트&스포츠를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사를 통해 △글로벌 e스포츠팀 공동 운영 △콘텐츠 공동 제작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등 다양한 e스포츠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양자암호통신 분야 세계 1위 스위스 기업 IDQ를 약 700억원에 인수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시대엔 보안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세계 최고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선제적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 국제 표준화 과제를 네 건 이상 수행하는 등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도이치텔레콤의 일부 통신망에 SK텔레콤의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적용했고, 미국 양자암호통신 전문기업 퀀텀익스체인지에 총 100억원 규모의 시스템을 공급하기도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