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시장을 만만하게 보고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청년이 많습니다. 동남아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지 언어와 문화를 미리 익히는 등 선진국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은미 CEO스위트 대표(57·사진)는 해외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조언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김 대표는 공유오피스 시장개척 1세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1997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창업한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 업체 ‘CEO스위트’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8개국, 11개 도시에 21개 지점을 낸 기업으로 키워냈다. CEO스위트는 기업과 개인 고객에게 사무공간 제공은 물론 법률·회계·세금·통역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그는 20대에 씨티은행을 다니다 퇴직한 뒤 홀로 호주로 날아갔다. 호주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통역 아르바이트도 했던 그는 서비스드 오피스 업체인 서브코프에 입사했다. 8년간 아시아 곳곳의 지점을 관리하며 억대 연봉을 받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는 “아시아계와 여성의 한계를 넘기 위해 사표를 내고 창업의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김 대표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멘토 활동도 활발하게 한다. 그는 “당시 해외 창업이 드문 시기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창업 강연 문의가 들어오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간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 김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자카르타 인근 농장에서 ‘러닝팜(배움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난한 농가 청소년들에게 유기농법과 특화작물 재배법을 교육해 농업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인도네시아 여성 창업가를 위한 엔젤투자도 지원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이지만 보답하는 마음으로 먼저 인도네시아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며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인도네시아 청춘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울 것”이라고 했다.
CEO스위트의 경영 철학은 ‘비즈니스를 넘어 사람을 돕자’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자는 취지다. 페이스북, JP모간,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CEO스위트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011년 한국에 진출해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과 삼성동 파르나스타워(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인근) 등 두 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며 “내년쯤 3호점을 추가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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