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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은 눈먼 돈?…아내·자녀를 직원처럼 꾸며 고용장려금 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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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과 창호, 바닥공사 등을 전문으로 하는 A업체는 최근까지 정부에서 6억8499만원을 타냈다. 기초생활수급 가구에 해당 공사를 무료로 해주는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같은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A업체가 서류만 꾸며 보조금을 신청한 것이다. 청년을 새로 채용한 중소기업에 정부가 직원 1인당 900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청년 추가고용장려금’ 관련 부정 수급도 있었다. 사업주의 특수관계인은 지원 대상이 아님에도 B씨는 자신의 배우자와 아들을 고용한 것처럼 꾸몄다. 해당 사업의 부정 수급 규모는 11억7000만원에 달했다.

정부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보조금 부정 수급 적발 건수는 12만869건으로 작년(4만2652건)보다 2.8배 늘었다. 부정 수급액도 388억원에서 647억원으로 불어났다. 정부가 복지·고용 보조금 사업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관리·감독은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조금 급증, 부정 수급 증가로

기재부는 보조금 부정 수급이 급증한 이유를 “사상 최대 규모의 점검을 한 데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보조금 지원 확대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2017년까지 3년간 95조원 안팎에 머물렀던 정부 보조금은 지난해 10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24조4000억원에 이른다. 고용·복지 사업이 확대된 결과다. 일례로 기초연금 예산은 2017년 9조1200억원에서 올해 11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급증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작년 신설한 일자리안정자금은 지난해 2조9700억원, 올해 2조8200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지나친 세금 퍼주기’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부정 수급에 대한 관리·감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하고도 실행되지 않은 ‘보조금 부정수급 근절 방안’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부처 간 정부 공유를 강화해 부정 수급을 줄이겠다며, 신청자의 가족관계를 파악해 가족을 동원한 부정 수급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족관계 정보 연계는 지금껏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에서 발생한 229억원의 부정 수급 중 대부분이 배우자와 자식 등을 통한 것이다. 부정 수급을 한 번 적발당한 사람은 정부 부처 모든 보조금 사업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도 진작에 나왔지만 여지껏 실행되지 않고 있다.

“포상금 늘려 부정 수급 잡는다”

정책적으로 재정을 크게 늘린 고용·복지 부문에서 부정 수급 사례가 많았다. 고용 보조금 부정 수급액은 368억원으로 전체의 56.9%에 이르렀다. 복지 분야(148억원)가 뒤를 이었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가 부모와 함께 한 달 동안 해외로 나가 있는 동안에도 어린이집에 출석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보육료를 부정 수급했다.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수년간 생계급여를 받아갔던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던 생계급여의 부정 수급도 여전히 많았다. 올해 생계급여에서만 1만1847건의 부정 수급이 발생했다.

정부는 뒤늦게 보조금 부정 수급 근절 방안을 마련했다. 보조금 관련 ‘통합수급자격 검증시스템’을 구축해 부처 간 정보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신고포상금도 확대한다. 지금은 부정 수급액의 30% 이내, 2억원 한도 안에서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주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한도를 없애고 무조건 부정 수급액의 20% 이상은 포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초생활급여, 장애인활동지원 등 부정 수급 빈도가 높은 4개 사업에 대해선 전담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해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공동성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조금 부정 수급 근절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부처 간 칸막이”라며 “부처 간 원활한 협조와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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