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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 미디어 유니콘 바이스의 리파이너리29 인수가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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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7일(15:31)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황정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글로벌 뉴스·미디어 업종 유니콘 기업 간 인수합병(M&A) 소식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의 뉴스 미디어 유니콘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바이스)가 또 다른 뉴스 미디어 기업인 리파이너리29(Refinery29)를 인수했습니다.

지난 달 25일 또 다른 뉴미디어 유니콘인 복스 미디어(Vox Media·복스)가 50년 역사의 격주 잡지 뉴욕매거진을 인수한지 일주일 만에 이어진 소식입니다.

미디어 업계는 이 사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광고 시장의 주도권이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뉴스 미디어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뉴미디어 유니콘들이 보이고 있는 행보란 점에섭니다.

특히 바이스의 리파이너리29인수는 기존 미디어 M&A의 주를 이뤘던 유형들, 가령 비(非)미디어 기업의 전통 미디어 인수(아마존의 워싱턴포스트 인수), 전통 미디어의 외연 확장(니케이의 파이낸셜타임즈 인수), 컨텐츠 확보를 위한 뉴미디어의 전통 미디어 인수(복스의 뉴욕매거진 인수)와 달리 뉴미디어 간 결합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이스는 199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음악 예술 마약 등 당시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았던 분야를 소개하는 잡지로 시작했습니다. 틈새시장을 노린 이들의 전략은 10~20대 젊은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캐나다 내에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바이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01년 세계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본사를 옮기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

이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천편일률적인 뉴스 미디어의 카테고리를 거부했습니다. 바이스는 섹스 마약 전쟁 극단주의 정체성 음식 여행 패션 등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소재에 집중했습니다. 단순한 가십을 거부한 이들은 ‘비주류에 대한 깊이 있는 탐사 보도’라는 어찌보면 ‘똘끼 있는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바이스의 기자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아프가니스탄의 아동 자살 폭탄 테러범, 미국 농구 스타 데니스로드맨의 북한 방문 동행 취재, 중국의 유령 도시, 인도 여성들의 강간 저항 운동 등을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HBO와 협력을 통해 이 모든 소재들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세계적 명성을 얻다보니 자연히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2013년엔 21세기폭스사가 7000만 달러를, 2014~2015년엔 디즈니가 총 4억 달러를 투자해 유니콘 반열에 올랐고, 2017년엔 글로벌 사모펀드 TPG로부터 총 57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며 4억5000만 달러를 투자 받았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바이스가 리파이너리29 인수에 나선 것을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공룡들에게 잠식 당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벗어나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리파이너리29는 뉴욕의 개성 있는 패션·디자인·음악 관련 기업들의 제품을 선별·추천해주는 매체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 내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진화했습니다.

이 회사는 일견 바이스와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일종의 잡지 매체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로 발전한 이 회사는 다시 언론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쇼핑을 하면서 그들의 관심사와 관련된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킨 것입니다. 이들이 취재하고 컨텐츠를 생산하는 분야는 재테크 커리어 점성술 섹스 음식 스타일 등입니다. 타깃 고객층인 ’밀레니얼 세대 여성‘에 맞춘 분야들입니다.

이 회사의 강점은 기존 매체들처럼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SNS에 광고 수입을 뺐기지 않고 오히려 SNS를 통해 고객층을 확보해 자신들의 웹사이트나 앱으로 유인한 뒤 쇼핑·광고 수입을 벌어 들인다는 점입니다. 바이스는 바로 이 점을 눈여겨보고 리파이너리29를 인수한 것입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술 플랫폼 기업들에 대항하는 동시에 소비를 이끌어가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독자층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죠. 여기에 올초 10%의 인력을 감축할 정도로 악화된 광고 시장 환경도 한몫 했습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즈는 미디어 유니콘들이 ”광고 수입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뉴스를 접하며 현재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도 언론사는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엔 해럴드경제와 코리아해럴드를 보유한 해럴드미디어그룹이 중견 건설사 중흥건설에 매각됐습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은 중앙 일간지 중 하나인 서울신문 지분 인수를 추진 중입니다. 그 외에도 삼라마이더스그룹(SM)의 울산방송 인수, KG그룹의 이데일리 인수 등이 비교적 최근 이뤄진 국내 뉴스 미디어 M&A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위 사례는 대부분 건설사 등 미디어와 관계 없는 회사들이 전통 언론사를 인수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 인수 기업이 언론 본연의 역할에 대한 의지를 갖고 투자에 나선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대부분 기업 이미지 제고나 규제 당국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언론사를 인수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전통 뉴스 미디어간 합종연횡이나 뉴미디어간 결합을 국내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세가지 원인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①개별 뉴스 미디어만의 고유 컨텐츠 및 혁신 역량 부재 ②시장의 협소함 ③불확실한 시장 환경입니다.

디지털로의 전환에 성공하며 온라인 유료 독자 수를 꾸준히 늘려 지면 의존도를 낮춘 뉴욕타임즈나 기존의 뉴스 카테고리의 영역을 허문 바이스와 같은 매체를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국어’ 컨텐츠 시장의 태생적 한계와 광고 시장 내 공급 과잉으로 인해 혁신을 이끌 벤처 미디어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넷플릭스, 멜론, 밀리의 서재 등 문화 컨텐츠를 월정액으로 이용하거나 식재료 꽃 소모품 등을 정기 배송하는 ‘구독경제’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구독 대상이었던 뉴스 미디어는 거기에 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 M&A를 중재하는 자문업계에선 국내 언론사 대부분을 ’잠재적 매물‘로 보고 있습니다. 언론사 대주주 입장에선 언제든 가격만 맞으면 팔고 싶어한다는 뜻입니다. 뉴스 포털의 존재로 개별 언론사의 온라인 광고 매출이 크지 않은 국내 뉴스 시장은 어쩌면 대대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보다 더 환경이 열악합니다.

최근 일련의 M&A사례들은 구조조정 압력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바이스의 행보에서 우린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요. (끝) /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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