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부모의 강의를 듣고 학점을 취득한 학생이 지난 5년간 163개 대학 638명에 이른다는 보도(한경 10월 5일자 A23면)는 충격적이다. 어느 지방 국립대에서는 한 교수가 아들에게 7개 과목을 강의하고 모두 A+ 학점을, 딸에게는 8개 과목을 수강시키고는 7개 과목에서 A+를 줬다고 한다. 딸은 덕분에 평균 학점 4.4점의 최우등 성적을 냈지만, 아버지가 강의한 수업을 제외한 평균 학점은 3.4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 강의를 수강한 모든 학생이 다 최고 학점을 받은 것도 아니고, 최고 학점을 받았더라도 상응하는 성적을 낸 덕분일 수도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겠지만, 예로부터 세간의 오해를 받을 일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선비의 도리로 여겨져 왔다. 교육부에서도 공연한 오해를 피하도록 대학들로 하여금 교수 자녀가 부모 과목의 수강생일 경우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된 187개 대학 가운데 사전신고제를 도입한 학교는 55.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학식과 양심을 책임지는 집단’으로 자임하고 있는 대학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해진다. 지식인을 자칭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사회적 반칙과 비위, 부정행위는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대학원생들이 밤새워 연구에 매달려도 이름을 올리기 어렵다는 국제 학술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동저자로 버젓이 등재시키는 대학교수들이 하도 많아서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교육부 조사 결과 2007년 이후 10년간 전국 53개 대학의 교수 102명이 논문 160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비 부정사용과 횡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말로 걱정스러운 것은 사회의 지적·정신적 건강을 지켜주는 집단으로 존중받아온 지식인 사회 곳곳이 이렇게 온갖 일탈행위로 부패해 가고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깊어 가는 병증(病症)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만만한 누군가를 골라내 ‘특권과 반칙, 일탈의 범죄행태’를 준엄하게 꾸짖는 것으로 자기 도피를 하게 마련이다.
안타깝고 슬프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만만한 대상’이 기업인들이다. 조선왕조를 망국(亡國)에 이르게 한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질서 의식이 여전히 똬리를 튼 자들이 ‘나라와 시대의 양심’을 자임하고 있다. 그런 이들이 적자(適者)만이 생존하는 시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기업인들에게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훈계를 하며 겁박하는 것을 대단한 사명으로 여긴다.
기업인들에게 그럴듯한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치장한 법률과 도덕률로 ‘걸면 걸리는’ 감시와 처벌 장치를 만들어 놓아, 이 땅에서 기업을 하려면 언제 감옥에 갇힐지 모르는 신세가 된 지 꽤 됐다. 그러면서도 가진 자들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업인들을 몰아세울 때만 입에 올린다. 이 나라에서 진정으로 가진 자들이 누구이며, 도덕 이전에 최소한의 양심을 지켜야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지식인들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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