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가 5개 완성차 업체 중 한 곳과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에 합의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등 수요산업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어온 철강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한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확산되나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국내 한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2만~3만원 인상키로 결정했다.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2017년 하반기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자동차 강판 인상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한 조치다. 올해 1월 t당 7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은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발레의 브라질 댐 붕괴에 따른 철광석 수급 차질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7월엔 연초보다 70% 이상 급등한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철강제품에 반영하지 못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7%와 38.1% 줄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하반기부터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함영철 현대제철 영업본부장(전무)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동차·조선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 다급한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며 “하반기 원가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시켜야만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제철과 도요타자동차도 이달부터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4000엔(약 4만4000원) 인상키로 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철강제품 가격 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대제철도 현대·기아차와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조선용 후판도 가격 올려야”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반기(6개월)마다 회사별로 후판 가격 협상을 한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상·하반기에 각각 5만~7만원 후판 가격을 인상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동결했다.
철강사들은 여전히 조선용 후판 가격이 건축용 등 일반 유통용에 비해 낮아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7~2008년 조선업이 호황일 때 t당 100만원을 웃돈 후판 가격은 ‘수주 절벽’이 시작된 2015년부터 t당 50만원 선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부터 소폭 올랐지만 다른 산업용(t당 70만원)보다 낮은 t당 60만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는 수년째 이어진 시장 침체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여건을 감안할 때 후판 가격 인상이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올해 후판 구매량은 510만t 정도로 예상된다. 후판 가격이 t당 5만원 오르면 조선사들의 원가 부담은 2550억원 늘어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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