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 투자해 시세차익 5000만원 거두세요.”
올 상반기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검단불로대광로제비앙 아파트의 홍보 전단 문구다. 이 단지는 555가구 모집에 35명만 청약해 대거 미분양됐다. 시행사는 분양대금 납부 조건을 파격적으로 바꿨다. 계약금은 1500만원만 받기로 했다. 기존 계약금(분양가의 10%)은 면적에 따라 2600만~3700만원에 달했다. 최대 2000만원 넘게 계약금을 낮춘 덕에 약 6개월 만에 모두 판매됐다.
저조한 청약 성적으로 골치를 앓던 검단신도시와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아파트가 잇달아 완판되고 있다. 검단신도시에선 3000가구가량 쌓였던 미분양 물량이 지난달 모두 소진됐다. 운정신도시에서도 최근 분양한 단지들이 완판에 성공하면서 미분양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청약을 받고 있는 단지들은 계약금 비중을 5% 수준으로 대폭 낮춰 수요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계약금이 보통 분양가의 10~20% 수준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조건이다. 검단에서는 지난 7월 대방노블랜드가 계약금을 분양가의 10%에서 5%로 조정했다. 태영건설이 운정에 짓는 블록형 단독주택인 라피아노도 계약금을 10%에서 5%로 낮춘 직후 전체 네 개 단지 중 두 개 단지가 모두 판매됐다.
이들 단지는 계약금을 낮추면서 동시에 중도금 이자후불제도 도입하고 있다. 중도금 이자후불제란 중도금 대출 이자의 상환을 입주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다. 입주 때까지 집값의 5%만 내면 된다는 의미다. 주택공급업체들은 “1500만~2000만원으로 5000만~1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인천 서구 J공인 대표는 “여윳돈이 부족한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고 했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분양대금 납부 부담이 입주자에게 넘어가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라며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불로동 B공인 관계자는 “전매 시점이 됐을 때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낭패를 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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