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 정신과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길에 장애물을 덜 설치하려고 노력한 나라일수록 오늘날 더 번영하고 있다.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자본주의만이 인류를 가난에서 구하고,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 주는 유일한 길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거두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1881~1973)는 대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꼽힌다. 그가 《자본주의 정신과 반자본주의 심리》를 쓴 것은 시장경제에 반대하는 기류가 곳곳에 퍼져있음을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자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사회주의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사회주의자들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대기업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산업 전체를 독점하면서 소비자가 그 피해를 본다”고 비판한 데 대해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소수 철도회사들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그들과 대항해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한 듯했다. 경쟁이 배제됐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운수 분야에서 자기 파멸 단계에 도달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버스, 트럭, 항공기 회사 등 새로 등장한 경쟁자들이 철도회사를 고전(苦戰)에 빠뜨렸고, 재기불능 상태로 몰아넣었다.”
미제스는 “거대한 기업이 한 산업을 독점적으로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는 시장을 움직이지 않는, 즉 정태적인 것으로 잘못 파악해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 생겨나고, 그 결과 독점은 자연스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불평등은 특정인에게만 법적인 특권을 부여할 때 생긴다”며 “계층 이동이 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사회주의, 집단주의, 연고주의가 만연해 있거나 정부 간섭과 통제가 심한 반(反)시장경제 체제에서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져 있지 않아 시장경제 체제보다도 빈부차가 더 크게 되고, 계층 간 이동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 주권론’을 강조했다. 기업가들은 그들이 만드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되느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가들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일순간에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고, 오직 훌륭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때만 재산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의 역동성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시장경제에서 부(富)는 봉건 군주제하에서의 약탈과 지배로 이룬 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말도 했다.
소유권이 보장되는 시장경제 체제와 정치적 자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시장경제에서 선택 경험을 가진 소비자들은 유권자로서 국가 봉사자들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결돼 정치에서의 민주화 요구로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경제 체제에서 누릴 수 있는 소유권이 없어지면 정치적 자유도 없어진다”며 “인쇄소나 방송국, 통신사가 모두 국유라면 정치적 자유가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자본주의 초기 노동자들이 열악한 생활을 면치 못한 것은 자본가들의 착취 때문이라는 비판에도 반론을 폈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 이전 대다수 대중은 군주와 지주 등으로부터 무자비한 착취를 당해 극빈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며 “산업혁명 이후 절대빈곤을 피해 공장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임금이 아무리 적었을지라도 다른 영역에서 벌 수 있었던 것보다는 많았다”고 했다.
자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공장에서 1인당 생산성이 높아지면 실질임금이 증가하고, 이는 인구 증가와 함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다”며 “높은 생활 수준은 저축을 늘리고, 자본 증가로 이어진다. 국가는 개인당 투하 자본의 증가에 비례해 더욱 번영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경제부흥은 기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시장경제 원리에 맞춰 자본가들의 투자가 왕성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유권 없이는 정치적 자유도 불가능”
자본주의가 인류의 삶을 크게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 사이에서 ‘반(反)자본주의 심리’가 나타나는지도 설명한다. 미제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지만 실제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별 성과를 올리지 못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기 위해 다른 속죄양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자본주의를 잘못된 체제로 보고, 대기업이나 권력자들이 탐욕스럽다고 비판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하에서 각자가 어떤 삶을 사느냐는 철저히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며 “자신이 남보다 못하다고 해서 세상이 잘못됐다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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