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에도 간접투자(펀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세상이 '제로 금리'를 넘어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예고하자 은행이자보다 배당수익 쪽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도 공모형 부동산 리츠(REITs)에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한국형 금융자본주의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방향타를 틀어 쥔 것이다. 리츠 투자의 비밀을 엿본다.[편집자주]
"공모형 리츠에 대한 접근은 기본적으로 배당수익률 관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담고 있는 부동산(기초자산)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죠."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사진)는 공모형 리츠에 대한 투자전략은 배당수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상장에 따른 주가 상승(자본수익)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는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하나금융투자와 유진투자증권에서 10여년간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를 지낸 부동산 전문가다. 그는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공모형 리츠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기업들의 리츠 조성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봤다.
◆ 이마트 꼴 안 나려면..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창사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4조58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99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 심화도 문제지만, 2분기에 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 등이 101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23억원이나 늘었다. 이마트는 전국 142개 점포 중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 대표는 "높아지는 세금 부담에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를 선택하는 회사들이 많다"며 "규모가 큰 부동산의 경우 받아줄 사람이 적기 때문에 리츠로 가는 기업들이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내놓은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같은 수요의 공모형 리츠행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공모형 리츠·부동산펀드에는 토지분 재산세 분리과세를 유지하고, 사모형은 제외하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사모형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앞으로 토지 공시지가의 상승을 고려하면 다수의 그룹들이 공모리츠를 통해 절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배당의 핵심은 기초자산
공모형 리츠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또다른 당근은 개인을 향한 것이다. 공모 리츠에 5000만원 한도로 3년 이상 투자 시 배당소득에 9%의 분리과세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14%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공모 리츠 활성화로 가계의 부동산 직접투자 자금을 흡수할 것이란 기대는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이 대표는 판단했다. 그는 "서울에서 갭투자(매매와 전세 가격의 차이(갭)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방식)를 하려면 최소 3억원이 필요하다"며 "5000만원은 현재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리츠로 옮기기엔 너무 작다"고 말했다.
직접투자 수요를 돌리려면 한도가 5000만원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모 리츠 투자는 주식에 친숙한 사람들을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봤다. 핵심은 배당이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한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의 최근 1년 시가배당률은 각각 6.4%와 4.3%로 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인 2.2%보다 높았다.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롯데리츠 NH리츠 이지스리츠 등도 연 5~6%대의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대표는 "배당주 투자는 기대하는 배당이 정말 나올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리츠가 약속한 배당이 나오려면 이들이 좋은 부동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리츠 투자에는 보유 부동산(기초자산)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한알파리츠가 올해 선전한 이유도 인기 상업용 건물인 판교 크래프톤타워와 용산 더 프라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리츠코크렙도 이랜드리테일이 수도권에서 운영하는 매출 상위권의 뉴코아아울렛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 대표는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NH리츠는 삼성물산 서초사옥 등 서울 핵심지역의 부동산을 담고 있다"며 "판교 등 수도권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가진 리츠의 흥행을 감안하면 이들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은 지역과 용도에 따라 업황이 다 다르다"며 "기초자산에 대한 이해가 일반적인 배당주보다 어렵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모형 리츠의 활성화는 앞으로 기업들이 보유한 매력적인 부동산이 얼마만큼 나올지에 달렸다고 봤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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