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 30일 오전 6시
국내 저축은행업계의 부동산 대출이 최근 3년 반 새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2010~2014년 벌어진 저축은행 부실화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금액은 2015년 말 8조6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8조3000억원으로 113% 증가했다. 전체 79개 국내 저축은행의 경영공시자료 등을 토대로 산출한 수치다. 이들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지난 6월 말 약 70조원으로 같은 기간 60% 정도 늘어났다. 부동산 관련 대출금액 증가율이 총자산 증가율의 배에 육박한 것이다.
부동산 대출 잔액 중에서 과거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은 30%인 6조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OK저축은행이 지난 6월 말 현재 5713억원의 PF 대출을 제공해 가장 많았다. 1년 전 2955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어 JT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774억원에서 1121억원으로 44% 증가했다. 웰컴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249억원에서 920억원으로 늘어났다.
업계 일각에선 “부동산 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에 직면할 경우 저축은행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오피스텔이나 근린생활시설 같은 분양 사업에 주로 돈을 빌려준다. 이 때문에 은행보다 건설 경기에 민감하다. 저축은행이 대출해주는 PF 사업 시공사도 대부분 시공능력 150위 밖의 소규모 업체다.
2010년 본격화한 저축은행 사태는 무분별하게 고수익 PF 대출을 확대했던 저축은행 30여 곳을 청산 및 피인수·합병으로 내몰았다.
최근 PF 사업장의 부진한 분양 성과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체 사업장의 평균 분양률은 작년 말 현재 31.4%(공정률은 43.8%)에 불과해 앞으로 경기 변화에 따라 상당한 영업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하지만 “강력한 규제·감독으로 예전처럼 산업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몰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2011년 이후 관련 법 개정으로 개인 사업자 대출 한도가 50억원(기존 80억원)으로 낮아진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PF 사업장별로 한도를 관리하는 등 위험 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대출 용도도 과거 토지매입비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건축비에 몰리는 추세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영업 기반을 지방에 둔 일부 저축은행은 경기 악화에 따라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지만 몇 년 전처럼 업계 전반에 대형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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