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과거 맺었던 특허 관련 합의를 놓고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그룹 최고경영진을 직접 거론하고 나서면서 양사 간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LG화학의 추가 소송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지난 27일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한 특허침해건은 과거 양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문제를 제기한 특허 가운데 2차전지 핵심 소재인 SRS 원천 개념 특허는 2011년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에서 LG화학이 패소했던 특허와 같다”고 했다. 이어 “2014년 맺은 합의서에 따르면 두 회사는 해당 특허와 관련해 서로 특허침해 금지, 손해배상 청구, 특허 무효 등을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합의서에 서명했던 LG화학 대표가 (주)LG의 권영수 부회장”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당시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한 대상은 한국 특허이며,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라며 “이른바 ‘특허 독립(속지주의) 원칙’상 각국 특허는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유지된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이 권 부회장을 언급한 것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직접 사람 이름을 거론하는 건 부적절하고 유치한 행위”라고 했다.
지난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 등에 소송을 낸 이후 두 회사는 소송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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