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임팩트(social impact)’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소셜임팩트는 사회적 성과를 의미한다. 경영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과거 이익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이 더 큰 존경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매출과 영업이익만으로 기업을 재단하지 않는다. 양극화와 환경오염 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이 많다.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가 따뜻한 자본주의, 즉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 온라인 패널조사회사 피앰아이와 공동으로 시행한 ‘2019 한경·입소스·피앰아이 기업소셜임팩트 조사(CSIS)’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브랜드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만 15~64세 소비자 1만 명을 대상으로 가전 자동차 통신 금융 유통 등 50개 분야의 상품과 서비스 평판 등을 조사한 결과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사회적 평가, 즉 소셜임팩트를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의 82.8%는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할 때 해당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또 87.3%는 기업 평가 때 환경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함께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기업과 브랜드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적극적으로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소셜임팩트 트렌드에 30~40대 여성층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전문가들은 특정 기업 및 제품과 관련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더 능동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일 입소스코리아 컨설팅본부장은 “어떤 사건이 발생한 뒤 소비자들이 자발적이고 집단적으로 조직화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소셜임팩트 이슈를 관리하는 데 실패하면 기업 브랜드 이미지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엔 자선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사회책임경영을 적극 알리고 소비자 동참을 유도하는 추세다. 사회 전반적으로 크게 높아진 도덕적 책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기업 이미지는 매출은 물론 흥망 자체를 좌우한다. 나이키는 과거 파키스탄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한 협력업체에서 축구공을 납품받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호된 질책을 당했다. 국내에선 작년 한진가(家) 오너의 ‘갑질 사태’ 이후 관련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다. 엽기적인 직원 폭행 사건을 일으킨 양진호 전 한국인터넷기술원그룹 회장은 구속됐고 계열사들은 여전히 위기를 겪고 있다.
사회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기업들의 관련 지출도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작년 말 발간한 ‘2018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한 곳당 사회공헌 지출액은 137억5900만원(2017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8.7% 늘어난 규모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2013년부터 4년간 되레 줄다가 2017년부터 급증세를 타고 있다. 긍정적인 이미지가 제품에 대한 호감을 유도하고, 투자자 관심을 끈다는 점이 속속 확인되고 있어서다. 사회공헌 확대는 임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업무 동기를 부여해 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회책임경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대기업이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크게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GS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삼성전자 서남아총괄과 제일기획 인도법인이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공동 개발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삼성 굿 바이브’가 좋은 사례다. 국내에선 2023년까지 ‘소프트웨어 전사’ 1만 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교육생들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달 100만원의 교육비도 지급한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는 연구중심 기업으로서의 사회공헌을 강화하고 있다. 빛을 반사해 교통사고 위험을 낮춰주는 투명우산 10만여 개를 매년 초등학교 등에 배포하는 것은 물론 실습형 과학 수업도 연례적으로 하고 있다. 임직원이 ‘1일 강사’로 나서는 방식이다.
공기업 중에선 한국가스공사가 지역사회공헌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올해에만 총 45억원의 ‘사회공헌 예산’을 투입한다. 특히 취약계층 중 아픈 어린이들을 돕는 활동에 적극적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