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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하고 질척대는 남자라고?…오히려 사랑에 솔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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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까지 약속했던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 매일 밤 술을 마시고 ‘1’이 사라지지도 않는 카카오톡에 메시지 폭탄을 보내는 남자. 아침에 일어나 보면 집은 난장판이고 그 많은 메시지엔 ‘1’이 사라졌지만 점 하나의 답장조차 없는 휴대폰을 보면 당혹감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김래원(사진)이 연기한 재훈의 모습이다.

“제작사 대표님이 지질한 역할이 있다며 출연을 제안하셨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회사에서도 긴가민가했대요. 너무 지질해서. 그런데 저는 재훈이 왜 지질한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여린 재훈이 (슬픔을 달래기 위해) 술에 의지하면서 실수하게 돼서 지질하다는 말을 듣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솔직한 영화가 너무 재밌을 것 같았죠.”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로코) 장르로 돌아온 김래원은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한다. 마치 처음부터 로코만 해온 ‘로코 전문가’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질척거리고 엉성한 재훈의 모습은 웃음과 짜증을 동시에 자아내는 포인트다. 김래원은 “비슷한 면모가 있느냐”는 물음에 “닮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헤어진 연인에게 ‘자니?’ ‘뭐해?’라고 술에 취해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제가 잘 몰랐기 때문에 재훈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생긴 게 아닐까요. 잘 알았다면 뭔가를 애써 표현하려고 했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찍을 때는 (생각을) 비우려고 했어요. 그냥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너무 무겁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죠.”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공효진과는 2003년 MBC 드라마 ‘눈사람’에서 함께 연기한 사이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현실적이고 공감을 자아낸다. 그는 16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춘 공효진에 대해 “자기 감정에 솔직하며 연기도 자연스러운 배우”라고 칭찬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효진씨가 생각났어요. 제작사에서 출연 의사를 물었을 때도 효진씨가 하면 나도 이 작품에 참여하겠다고 했죠. (상대역으로) 효진씨가 제 마음속 1순위였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남자 배우가 상대역으로 가장 선호하는,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일 겁니다. 효진씨와 연기하면 저도 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영화를 보면서도 제가 잘하지 못한 부분이 효진씨로 인해 커버된다는 걸 느꼈죠.”

김래원이 생각하는 보통의 연애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한참을 고민하고서도 “너무 어렵다”며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조금은 무뎌진 선영(공효진 분)과 사랑에 미숙한 재훈. 이 두 사람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가장 평범한 연애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사람도 감정도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요. 그냥 그렇게 자연스러운 게 보통의 연애인 것 같아요.”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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