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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격의료 도입" 대통령 의지 이행 못하는 이유, 설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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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규제혁신 법안마저 외면하는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민생과 경제활성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경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언급한 원격의료 도입 방안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은 올해 4월 우즈베키스탄 순방에서 원격의료 논의를 재차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좌파 시민단체 등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한 여당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원격의료는 해외에서 광범위하게 허용된 지 오래인데도 한국에서만 금기시돼 있다. 군 부대와 섬, 산골 마을 등을 대상으로 의사-환자 간에 시행하는 것조차 안 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정보기술)를 활용해 원격의료를 가장 먼저 할 수 있었던 한국이 시범사업만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선진국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참다못한 원격의료 업체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여당은 그동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중점 처리 법안으로 꼽으며 “이 법에서 논란이 된 보건·의료분야를 제외하는 대신 의료법 등을 고치는 ‘핀셋 입법’을 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원격의료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발의 소식이 없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발전법도 국회 통과가 어려워진다. 서비스산업 발전도, 원격의료도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정부·여당의 규제개혁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도 전혀 진척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논의에 진전이 있어야 다른 법안도 풀릴 수 있다고 하지만, 여당이 내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여당 강경파들이 한시가 급한 규제혁신 법안을 뒤로 미루면서 규제로 가득찬 법안을 경제활성화를 위한 중점 처리 법안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법, 공정거래법, 가맹사업법, 상생법 등의 개정안이 그렇다. 가뜩이나 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에서 기업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게 뻔한 법안들이 어떻게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 그나마 규제혁신을 했다고 내세우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규제샌드박스법도 현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통과됐지만 대주주 규제로 인해 신규 사업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역시 핵심 규제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여당은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이 역대 최저인 30% 남짓하다며 야당의 발목잡기와 몽니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에서 보듯 여당 내부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규제혁신 법안이 수두룩하다. 이대로 가면 20대 국회는 민생과 경제활성화를 외면한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그 책임은 다수당인 여당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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