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인공지능(AI) 면접’ 바람이 거세다. KT 국민은행 LS 등 주요 기업 150곳이 잇따라 AI 면접을 도입하면서다. 구직자 사이에선 ‘AI 면접 잘 보는 법’이 온라인상에서 떠돌고 있다. 관련 컨설팅업체까지 등장할 정도다.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I 면접을 잘 보는 ‘비법’은 뭘까. 한국경제신문은 상당수 기업이 사용하는 IT·솔루션업체 마이다스아이티의 AI 면접 시스템을 통해 ‘AI 면접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정동진 마이다스아이티 웹솔루션사업기획실장은 “AI 면접 역시 실제 오프라인 면접장에서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AI 면접 땐 목소리 커야 합격?마이다스아이티에서 개발한 AI 면접 시스템은 △사전 컴퓨터(PC) 세팅 △기본질문 △역량게임 △상황질문 △최종제출 등 5단계로 이뤄져 있다. 1단계는 정확한 AI 면접을 하기 위한 개인 PC 세팅이다. 구직자들은 “PC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종종 올린다. 마이다스아이티 측은 “PC방에서도 얼굴 등록이 제대로 된다면 문제없다”며 “다만 가능하면 밝은 곳에서 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노트북PC는 하단보다 상단에 웹캠 카메라가 있는 PC, 무선인터넷보다는 유선인터넷이 가능한 곳이 적절하다고 한다. 이어폰·에어팟보다는 헤드셋 착용을 권했다.
외모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계속 웃어야 하냐. 풀 메이크업이 필요하냐”는 구직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정 실장은 “AI는 지원자의 신뢰도와 호감도를 확인하기 때문에 어두운 표정보다는 밝은 표정이 낫다”며 “다만 AI가 화장 여부까지 따지지 않기 때문에 풀 메이크업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정장이나 캐주얼 등 복장도 면접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핵심은 ‘호감도’라고 한다. 정 실장은 “AI 면접은 지원자의 얼굴과 안구 움직임, 감정 표현, 목소리 톤, 발음 등을 통해 호감도를 확인한다”며 “자신감 있는, 힘 있는 목소리로 답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역량게임 고득점 비결은가장 먼저 지원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연습질문이 나온다. 실제 면접장에서 날씨·교통·식사 등 가벼운 주제로 지원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질문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습질문이 끝나면 곧 기본질문이 시작된다. 자기소개, 지원동기, 자신의 강·약점 등에 대한 질문이 많다. 답변 시간은 질문당 50초 정도다.
기본질문이 끝나면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인성검사(17분, 150문항)를 한다. 같은 질문을 유형을 바꿔가며 반복해 묻는다. 그래서 일관된 답변이 중요하다. 앞에서는 ‘당신은 도덕적인가’를 묻고, 뒤에 다시 ‘가끔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느냐’고 묻는 식이다.
역량게임은 AI 면접시간의 절반을 차지한다. 모두 10가지 게임이 나온다. 직군마다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게임의 종류도 지원자마다 다르다. 통상 △의사결정 유형(안전형, 분석형, 미래형) △정보활용 유형(이익, 손실, 확률 정보) △집중력 변화 패턴(정답률) △난이도 적응 패턴(쉬운 유형, 어려운 유형) 등의 게임이 이뤄진다.
게임 순서는 선택할 수 있다. 정 실장은 “역량게임은 지원자가 어떤 패턴으로 정답을 찾아가는지 분석하는 게 핵심”이라며 “게임 자체의 고득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해결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상황면접은 지원자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심층질문이 이어진다. 각 기업에서 요구하는 질문이 추가될 수도 있다. 전 과정을 거쳤는지 다시 확인해 면접 내용을 최종제출하면 된다.
정 실장은 “면접시간이 60~90분 정도 오래 소요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집중력을 잃지 않는 시간과 환경에서 면접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