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임상시험 결론 도출에 실패한 헬릭스미스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으면서 코스닥시장이 반대매매 우려에 떨고 있다. 최근 반대매매로 코스닥시장 전체를 휘청이게 한 ‘신라젠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신라젠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헬릭스미스가 더 많아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파급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헬릭스미스 이틀 연속 하한가
25일 코스닥시장에서 헬릭스미스는 장이 열리자마자 가격제한폭(-30.00%)까지 직행해 8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하한가 추락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23일 장 마감 뒤 “당뇨병성신경병증 신약 후보물질 ‘엔젠시스(VM202-DPN)’의 글로벌 임상시험 3상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헬릭스미스의 시가총액은 7675억원어치가 증발했다. 전날 사라진 시총까지 포함하면 1조8634억원에 이른다. 전체 시총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이날 시총은 1조7909억원으로 쪼그라들어 코스닥시장 시총 순위도 전날 4위에서 10위로 급전직하했다. 이달 들어 489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이 이날도 982억원어치를 추가 순매도해 하락세를 이끌었다.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역시 흔들리는 분위기다. 메디톡스(-1.70%), 휴젤(-1.56%) 등도 이날 주가가 떨어졌다. 최근 바이오기업의 임상 실패·중단이 잇따른 상황에서 대형 악재가 또 터진 탓이다. KRX300헬스케어 지수는 전날보다 2.80% 하락한 2087.82를 나타냈다.
반대매매 물량 폭탄 우려 커져
증권가에서는 헬릭스미스의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반대매매 물량이 곧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주식담보대출은 적용된 담보 비율 이상으로 계좌 내 평가액을 유지해야 하며 담보 비율 이하로 평가액이 떨어지면 대출기관이 반대매매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담보비율이 140% 미만으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비율대로라면 계좌에 헬릭스미스만 담고 있는 투자자가 매수금액의 5분의 1을 대출받았을 경우 하한가를 네 번 맞으면 반대매매가 나오기 시작한다. 투자 자금의 3분의 1을 대출받은 경우에는 하한가를 세 번 맞으면 반대매매 시점이 된다.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하한가를 한두 번만 맞아도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며 “바이오주는 투자 위험 정도가 높아 담보비율을 높게 잡아 놨지만 이 경우에도 하한가 서너 번을 넘기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도 반대매매로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를 비롯해 친인척 대주주들은 자사주 27만830주(1.57%)에 대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227억5000만원어치다.
코스닥시장 전체 악영향 우려
시장에서는 반대매매가 쏟아져 코스닥시장 전체를 흔들었던 ‘제2의 신라젠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신라젠은 3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고, 그 결과 반대매매 매물이 대거 나와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당시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다른 종목을 손절매한 뒤 신라젠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갚으려는 투자자가 속출하면서 코스닥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헬릭스미스 투자자도 불안하다. 한 투자자가 인터넷 카페에 “헬릭스미스 주당 가격이 20만원 넘을 때 대출받아 4000만원어치를 매수했는데 반대매매가 나올까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글을 남기자 다수의 개인이 “다른 주식을 미리 팔아서 담보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신라젠은 폭락 직전 시가총액이 3조1654억원(8월 1일)이었지만 헬릭스미스는 3조6542억원(9월 23일)으로 더 많아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주요 증권사는 부실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헬릭스미스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을 차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6일부터 헬릭스미스 주식담보대출을 금지한다.
양병훈/오형주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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