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굴기’를 향한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파상공세가 거세다. 침체를 겪고 있는 내수 시장을 벗어나 유럽을 비롯해 중동, 남미 등지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중국에서 제작한 전기차를 수출하는 수준이 아니다. 현지에 생산라인을 깔고 전기차를 생산해 팔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사업 확장 의지는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모터쇼에 참가한 중국 업체들은 줄줄이 ‘2021년 유럽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점유율 1위인 창성자동차는 고급 SUV 브랜드 웨이를, 디이자동차는 고급차 브랜드인 훙치를 앞세워 유럽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했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바이턴도 전기차 SUV 엠바이트를 세계 처음으로 공개하고 유럽 진출 계획을 알렸다. 상하이자동차는 올 하반기, 아이웨이즈는 내년 상반기 유럽 진출을 예고했다.
단순히 의욕만 앞선 게 아니다. 이번 모터쇼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업체의 한층 높아진 기술력에 주목했다. 훙치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S9은 V8 가솔린 엔진과 모터를 얹어 최대 1400마력의 성능을 내 관람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인 ‘제로백’은 1.9초에 불과하다. 창성자동차가 내놓은 SUV 웨이-S는 제로백 4.9초, 350마력의 성능을 갖췄다. 한 번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다. 운전자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수준(레벨 4)의 자율주행 성능도 갖췄다.
중국 업체들은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생산 기반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웨이젠쥔 창성자동차 회장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과 홍보에 나설 것”이라며 “유럽 판매량이 연 5만 대를 넘어서면 현지 공장 설립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 6월 러시아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에 연산 8만 대 규모의 첫 해외 공장을 짓기도 했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동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2017년 벨라루스에 공장을 설립했다. 베이징자동차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상하이자동차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공장을 세웠다.
프랑크푸르트=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