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연구원의 ‘선행 매매’ 혐의로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수사선상에 오른 하나금융투자가 “해당 연구원이 코스닥 종목 케이엠더블유를 사전 매매했다”는 설에 대해 완벽한 허위라고 강력 부인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본사 리서치센터에 대한 특사경 압수수색 이후 지금까지 어떤 해명과 사과도 내놓지 않았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기업분석실장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케이엠더블유에 대한 각종 우려가 도를 넘고 있으며 특사경의 애널리스트 선행 매매 혐의 수사에 케이엠더블유가 연루됐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케이엠더블유에 대한 불공정매매 행위 조사 보도는 완벽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보도가 나온) 근본적 이유는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에선 “김 실장이 케이엠더블유를 담당해왔기 때문에 케이엠더블유 연루설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핵심 피의자로 입건된 A연구원의 직속 상관인 김 실장은 올 들어 일곱 차례에 걸쳐 케이엠더블유에 대해 ‘매수 추천’ 보고서를 냈다.
목표주가는 3만5000원(3월 5일)→5만6000원(5월 28일)→9만원(8월 14일) 등으로 대폭 올렸다. 지난해 말 2만2050원이던 케이엠더블유 주가는 국내외 통신사들의 5세대(G) 이동통신 투자 확대와 맞물려 7만5800원(20일 종가)까지 수직 상승했다. A연구원은 다른 연구원 명의의 보고서까지 발표 전 살펴보고 선행 매매에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의 이날 보고서 발표에 대해 하나금융투자 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감안해 그동안 해명이나 사과 등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이런 보고서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리서치센터 책임자인 조용준 센터장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단독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실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입건된 A연구원의 직속 상관으로 이 부서에서만 무려 9명의 직원이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회사 이름을 걸고 나가는 보고서에 이런 내용을 담는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이 연루됐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며 “공식적인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해당 증권사가 이런 보고서를 쓰는 게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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