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2003년,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 마디.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이다. 젊은 검사들과 만나 ‘계급장’을 떼고 허물없이 검찰 개혁 방안을 토론해보겠다고 만든 자리였지만, 갈등의 골만 깊게 패인 채 끝이 났다.
"취임 전에 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라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은 "청탁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높은 벽만 체감하고 불발된 노 전 대통령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던 검찰 개혁의 바통을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이어받았다. 조 장관이 검사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4일 만에 일선 지방검찰청을 찾는다.
조 장관은 20일 경기 의정부지검에서 검사와 직원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다. 이날 만남은 자유로운 발언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앞서 조 장관은 "검사에 대한 지도방법 및 근무평정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검사복무평정규칙' 개정 여부를 신속하게 보고하라"고 검찰국에 지시했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부산추모공원에 마련된 고(故) 김홍영 전 검사의 묘소를 참배한 뒤 "고인은 상사의 인격모독 폭언 갑질을 견디다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며 "검찰의 조직문화와 교육, 승진문화 제도가 제대로 바뀌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국과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은 검찰 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 제도 개선에 반영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의정부지검을 시작으로 일선 지방검찰청을 차례로 돌며 검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가족 펀드' '표창장 위조' 등 숱한 의혹 제기와 검찰 조사 속에 속이 시끄러운 조 장관이 검찰 개혁에 관한 심도있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