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보유 물량의 1000배에 달하는 회사채 매도 주문이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문이 취소돼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증권사 거래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12분과 13분에 JTBC 회사채 300억원, 500억원어치에 대한 매도 주문이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이뤄졌다. 매도 규모는 총 800억원으로 발행금액(510억원)을 웃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한 직원이 ‘타사 대체 채권’을 입고하는 과정에서 실제 금액의 1000배가 입력되도록 설정을 잘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16일 전자증권제도가 전면 시행되면서 전산 시스템이 교체된 뒤 업무상 착오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타사 대체 채권은 다른 증권사 계좌에서 넘어오는 채권을 말한다. 한 투자자가 JTBC 회사채 2000만원어치를 한국투자증권 계좌로 옮겼는데, 실제로는 200억원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증권사 측에 이를 알렸다.
이 투자자가 오류를 지적할 때까지 증권사 측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지적을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관련 채권의 매매 및 입출고 정지 조치를 취해 거래는 체결되지 않았다. 발행금액을 넘어서는 채권 매도는 한국거래소 시스템상 주문 자체가 이뤄지지 않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해당 회사채의 발행잔액(510억원)보다 적은 금액인 300억원, 500억원으로 나뉘어 매도주문이 나오는 바람에 오류가 걸러지지 않았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4월 있었던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건이나 같은해 8월 유진투자증권의 미보유 해외주식 거래사고와 비슷한 유형이란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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