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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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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최고위급 정치인들이 한국 정부가 국가 간 약속을 어기고 있으며,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은 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에 기고까지 하며 국제 사회를 상대로 여론전을 펴고 있다. 법원의 판결이 조약을 위반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입법부는 법을 제정하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며, 사법부는 구체적인 사건을 재판하며 법을 해석한다. 법을 해석할 때는 사용된 말의 통상적 의미를 존중하되, 입법 취지를 살리며 헌법 합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약에 관해서는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이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통상적 의미를 중시하고 부속 문서 등 조약에 이른 과정을 해석에 고려하되, 일반 국제법의 절대규범인 ‘국제 강행규범’에 합치되게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 국제 강행규범의 사례는 집단살해 금지, 인도에 반한 범죄 금지, 노예 금지, 고문 금지 등을 들 수 있다.

조약은 국가 간 합의 방식 중 가장 신중한 형태에 해당하며, 법체계상 매우 상위에 속하는 규범이다. 조약의 내용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권리의무의 전제가 된다면 법원으로서는 그 내용을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의욕적으로 법을 제정했는데 법원의 해석을 통해 당초 의도된 목적이 좌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경우 입법부는 해석상 흠결을 피해 새로 법을 만든다(입법적 해결). 이것은 삼권분립 구조상 당연하다. 법원의 그런 법률 해석에 대해 법원이 법을 위반했다거나 무력화했다고 비난하는 일은 민주국가에서 보기 어렵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연합국과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체결했고, 이것은 전후 지역 질서의 기초가 됐다. 한국과 일본은 1951년 말께부터 국교 정상화와 전후 보상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해 1965년에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기본조약)과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청구권협정), 합의의사록 등을 체결했다. 이것은 모두 조약으로 양국에서 비준됐고, 그 후 양국 어느 정부도 그 효력을 부인한 적이 없다. 오히려 양국 정부는 후속 국내 입법을 통해 조약 내용을 실현하려 노력했고, 한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피해자 보상 관련 법률의 제·개정을 계속해왔다.

일본 측이 문제 삼고 있는 대법원 판결에서도 조약의 효력을 부인하는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일본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하자 법원은 ‘조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해석상 위자료 청구가 허용되는지 판단한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 일본의 최고재판소와 한국의 대법원이 결론을 달리한다면, 양 국가에서 법률 해석에 대한 최종적 권한을 가진 사법부가 서로 해석을 달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뿐이다. 조약에 관해 사법부 간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는 언제나 발생 가능하다. 주권의 절대성과 평등성에 비춰 어느 한 국가 사법부의 해석이 우선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명쾌한 방식은 해석을 달리하게 된 조항에 대해 추가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앞서 본 입법적 해결에 해당한다. 한·일 양국 간에 청구권협정이 체결될 당시에도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협상의 전제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는 부분이 매우 많았다. 그 결과 추후 논의로 미루거나 내용이 누락되거나 의도적으로 불명확하게 기재된 부분이 많았다.

일본의 침략전쟁이 범죄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과 샌프란시스코협정을 통해서 확인된 바 있고, 일본 스스로 자기들의 헌법을 통해 반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의 전쟁범죄(war crime) 내지 반인도적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를 치밀하게 조사하고 법적·정치적 책임을 추궁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노력과 성과가 극도로 미흡했다. 사실에 기초한 올바른 역사인식의 대중화만이 일부 정치인의 잘못된 행태를 막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 또 국제 시민들이 일본 전쟁범죄의 실체를 깨닫고 함께 진지하게 반성해야 비극과 실수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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