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단말기유통구조법(단통법) 위반 사실조사에 착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린 탓에 이통사에 대한 징계 조치는 불가피하나 소비자 원성이 만만찮은 탓이다.
한상혁 신임 방통위 위원장 취임 후 이뤄지는 첫 사실조사임을 감안하면 이통사에 빼드는 칼의 무게가 결코 가벼울 순 없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불법보조금 전쟁에 단통법 폐지 여론이 커지면서 이통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18일 방통위와 이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통위는 이통3사와 대리점·판매점 대상으로 단통법 위반에 관한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이통사가 삼성전자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 LG전자 V50씽큐 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법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했다고 보고 판매 행위 전반을 조사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가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를 단통법 위반으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통3사는 4월 5G 상용화 이후 최대 70만원의 공시지원금과 함께 불법 소지가 있는 판매장려금을 지속 투입했다.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공짜폰' 판매, 20만~30만원에 달하는 페이백(현금을 되돌려주는 행위)이 성행했다. 이를 지켜보던 방통위가 결국 제재에 나선 것이다.
사실조사는 실태 점검 이후 이뤄지는 행정 조치다. 법률 위반 여부에 따라 시정 조치나 과징금 부과, 영업 정지 등 제재가 부과된다.
이달 9일 취임한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취임 직후 처음 실시하는 사실조사여서 이통3사는 징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단 제재 수위는 고민되는 부분. 반복되는 불법보조금 대란에 단통법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싸게 사는 것을 막지 말라"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기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글만 62개 등록돼 있다.
한 청원인은 "같은 물건이라도 가게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소비자가 제품을 싸게 살 기회를 왜 정부가 막느냐"며 "단통법 시행 후 오히려 단말기, 통신비 부담이 더 늘었다"고 주장했다.
"싸게 파는 것을 막지 말라"는 글도 상당수다. 한 청원인은 "단통법이 없었다면 판매점들은 나름의 판매방식으로 경쟁하며 생존해나갔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가격경쟁을 하면 법을 위반하는 범법자가 되고, 법을 준수하면 소비자들 원망을 듣는다"며 "단통법은 자유시장 경쟁체제에 부합되지 않는다. 단통법을 폐지해 달라"고 했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처음 시행됐다. 5년이 흘렀지만 불법보조금 경쟁은 근절되지 않았다. 지난해 초 방통위는 이통3사에 과징금 총 506억원을 부과했다. 단통법 시행 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었다. 당시 방통위는 이통사에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을 주문했지만 지난해는 물론 올해도 불법보조금 전쟁이 이어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무용론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단통법이 필요하다"면서 "(이통사에 대한) 사실조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제재 수위 등은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에 대한 방통위 조사는 오는 12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이후 이통사와 유통점 소명, 심의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초 제재 여부와 수위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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