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논란으로 17년째 한국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가수 유승준이 심경을 고백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에서는 유승준과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1997년 '가위'로 데뷔해 '나나나', '열정', '찾길바래' 등 연달아 다수의 히트곡을 내며 2000년대 초반까지 남자 솔로로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유승준. 그러나 2002년 군 입대 시기가 다가오자 미국 시민권을 택하면서 병역 기피 의혹이 일었다.
당시 병무청은 출입국 관리법 11조에 의거해 법무부에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유승준은 17년째 병역 기피 논란으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유승준은 "나는 군대를 가겠다고 내 입으로 솔직히 처음으로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일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서 아는 기자가 '이제 나이도 찼는데 군대가야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게 되면 가야죠'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 1면에 '유승준 자원입대하겠다'라는 기사가 났다"라고 말했다.
다음날 반박 보도를 냈지만 분위기를 되돌리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유승준의 입장이다. 그는 방송에서 입대 질문이 나오면 "대한민국 남자면 다 겪는 일이기 때문에 나한테 크게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을 어긴다든지, 편법을 사용한다든지 그런 건 생각을 안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유승준은 "지금 생각해보면 좀 떠밀렸던 것 같다. 너무 어리고 잘하려는 마음에. 근데 기정사실이 돼 버린 거다. 그러면서 주위에서는 박수를 치고 '좋은, 힘들 결정했다'라고 하더라. 그러는데 거기다 대고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시에 진짜 가려고 그랬으니까 그런 거다. 그래서 회사와 갈등이 많았다. (회사 측은) '제발 그러지 말라', '선택의 여지가 있는데 왜 굳이 그런 인터뷰를 하냐'라고 했다. 나는 그때 정말 가려고 했다. 그 약속은 진심이었지만 그걸 이행하지 못한 거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민권 딸 거 다 (준비)해놓고, 군대 갈 거라고 하다가 싹 (미국을) 가 버린 것처럼 그렇게 비열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승준은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너무 죄송하다. 근데 나도 내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끝내는 마음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는데 입국금지를 당한 거다"라고 하소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다면 마음을 바꾸게 된 '사정'이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유승준은 "미국에 갔을 때 아버지와 목사님이 설득을 하셨다. 미국에 가족이 다 있고, 네가 미국에서 살면 이제 전세계 연예인 활동도 하고 그런 것에 조금 더 자유롭지 않을까라며 마음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강한 설득이 있었다. 그래서 끝내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 목사님 뒤에 숨으려는 게 아니다. 결정은 제가 했으니까 책임은 다 저한테 있다"라고 덧붙였다.
유승준은 2015년 9월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인 F-4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그러자 유승준은 사증발급거부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영사관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지난 7월 11일 대법원은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파기환송 재판이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재외동포의 한국 내 영리활동이 가능한 F-4 비자를 신청한 것을 근거로 그가 활동을 재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유승준은 "영리활동 계획이 전혀 없다"라면서 "한국 땅 밟지도 못할 상황에 무슨 계획이 있고, 생각이 있겠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꼭 그 비자 받아서 오려고 하느냐고 하는데 나는 어떤 비자로도 못 들어간다. 그걸 고집한 게 아니라 변호사님이 한국 땅 밟기 위한 비자로 그걸 추천해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준의 법률 대리인은 "재외동포법에 의한 비자는 그게 유일하다. 그래서 신청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끝까지 유승준은 한국에 입국하고 싶다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에 가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니냐. 이유가 없다. 한국이 그립다"라고 했다.
병역 의무가 없어진 만 38세 이후에 한국에 들어오려한다는 지적에는 "시기적으로 짜놓은 게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아내와도 얘기를 많이 했다. 앞으로도 이 힘든 과정을 얼마나 더 겪어야 풀리겠냐고. 오히려 예전보다 상황은 더 안 좋아지고, 이제 마음을 닫고 살아야 하지 않냐고 했다. 그런데 그게 쉽게 되냐. 내 정체성이고 뿌리다"라고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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